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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y 30. 2019

한식-와인 매칭 타파 공식(feat.양념부터 조져라)

한식과 편의점 와인으로 완성시키는 훌륭한 한끼

국물 없으면 밥 못 먹는다


우리 아빠는 아침 식사 때마다 '국'이 없으면 저렇게 툴툴거리곤 하셨다. 요새야 몇 첩 반상을 깔아놓고 밥을 먹기보다는 단품으로 식사를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얼마 전만 해도 반찬 몇 가지와 밥, 그리고 국은 식탁에 꼭 올라가야 하는 메뉴였다. 


이게 몇 첩 반상이야....

반대로, 지구 저 건너편 서양, 특히 유럽에서는 국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도 '수프(Soup)'이 있지만 매 식사 때마다 먹지도 않고, 심지어 프랑스에서 '수프'라는 것은 굉장히 저평가되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인지라.. 식사를 하다 보면 목이 메는 순간이 있을 테다. 그때 마치 '국'처럼 마시는 음료가 와인이다. 이탈리아 음식은 이탈리아 와인과 잘 어울린다.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잘 어울린다. 그들이 먹는 음식에 따라 '페어링'하기 좋게 양조 방식이 진화해 왔을 뿐 아니라,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식자재와 매칭 하기 좋은 포도가 재배되기 때문이다.



한식과 와인?


그렇다면 한식과 와인은 어떻게 페어링 해야 할까? 요새야 한국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오디와인, 영천포도와인, 심지어 감 와인도 양조하고 있지만, 사실 반만년 역사 동안, 근래까지도  우리는 한식과 와인을 매칭 해본 역사가 없다.

참기름 향이 강한 잡채와 와인 페어링?

그렇다면 한식과 와인은 왜 페어링하기 어렵다고들 할까? 와인에는 다양한 적(enemy!)이 있다. 매운 음식, 향이 강한 마늘이나 파는 좀처럼 와인과 어울리기 어려운데 우리나라 음식이 딱 그렇다. 


[한국 음식의 특징 몇 가지]

• 매콤한 양념

• 공간 전개형 상차림 

• 단백질 함유 메인을 중심으로 만든 단품 음식 (덮밥류) 

• 직화구이 고기 요리

• 발효식품 

• 감칠맛 & 달콤한 양념


한식에 주로 쓰이는 양념을 바탕으로 와인과 어떻게 매칭 하면 좋을까. 대표 양념을 숟가락으로 콕 찍어먹은 후 와인 한 모금 곁들이는 재밌는 실험을 해보자. 

다양한 양념과 와인을 비교해서 매칭 해보는 경험

1. 참기름, 깨

• 한식에 널리 쓰이는 참기름은 타국의 음식과 차별점을 내는 독특한 재료다.

     ▷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과 매칭 하면 참기름의 기름기를 씻어내려 준다.

          단, 샤블리처럼 스테인리스 위주로 숙성된 와인의 경우 참기름 냄새에 묻힐 수 있다.

     ▷ 부드러운 레드와인과 참기름이 만나면 와인이 조금 더 짭조름하고, 고소함이 진하게 느껴진다. 단, 카베르네 쇼비뇽 같은 품종과 매칭 할 경우 타닌 성분이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2. 간장

 •콩으로 만든 고유의 발효 식품이며, 음식에 감칠맛을 준다.

     ▷ 오크향이 강하고 타닌과 떫은맛이 강한 와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 샤르도네와 매칭 하면 간장이 더 달게 느껴진다.

     ▷ 피노누아처럼 여리여리한 품종과 만나면 와인이 기를 못 펼 수 있다.

     ▷ 간장과 유사한 수준의 감칠맛을 지닌 품종, 쉬라와 매칭 하면 와인이 프루티하게 느껴진다.


3. 후추

 •후추에는 '로턴던'이라고 하는 성분이 있다. 이는 포도와 와인의 스파이시한 아로마를 발현하는 주요 성분이다. 

     ▷ 동일한 포도 품종이라도 생산 지역에 따라서 로턴던 함량은 달라진다.

     ▷ 특히 쉬라즈를 마실 때 느껴지는 흑후추 혹은 백후추 풍미 또한 로턴던 때문인데, 이는 과육이나 씨가 아닌 껍질에서만 발견된다.

     ▷ 후추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스파이시한 흑후추 특성을 가진 쉬라즈와 잘 어울린다.  

호주 와인 양조 지역에 따른 '로턴던' 함량


4. 고추장

  • 탄수화물이 가수분해로 생긴 단맛, 콩의 단백질에서 오는 아미노산의 감칠맛, 매운맛, 짠맛이 조화롭다. 

  • 메주, 고춧가루, 찹쌀, 엿기름, 소금이 주재료이다. 

     ▷ 고추장은 강력한 양념으로,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과 매칭 하기 좋다.

     ▷ 단, 너무 매운 고추장과 탄닌이 강한 레드 와인을 매칭 하면 더 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5. 조청

 •곡류를 엿기름으로 당화시켜 오래 고아 걸쭉하게 만들었다. 

     ▷ 달기 때문에, 단 디저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 약과 같은 음식의 경우는 생각보다 대부분의 와인과 꽤 잘 어울린다. 피노누아와 먹으면 오크 터치가 강하게 발현되고, 강한 레드와인과 먹어도 탄닌감을 잘 잡아준다.




한식과 무난하게 매칭 하기 좋은 와인은?


(개인적으로) 양념이 강한 음식과 엄청나게 고급 와인의 페어링은 지양한다. 그것이 꼭 한식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은 양념이 강한 편이 많기 때문에, 여리여리한 부르고뉴 피노누아보다는 오히려 맛과 향이 선명한 호주 와인이 더 잘 어울릴 수 있다. 호주 와인은 품종이 다양하여 선택의 폭이 넓다. 또한 산도가 꽤 있는 편이라 짭짤한 음식과 페어링하기도 좋다.


멀리 갈 필요 있나요?

특히 최근엔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와인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접근성이 한층 좋아졌다. 

멀리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와인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모 편의점 와인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17년 223%, 2018년 226% 증가한데 이어, 2019년 1~5월까지만 해도 125%가 증가했다. 편의점 수입맥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와인이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편의점 와인은 마트, 백화점과는 구성이 다르다. 한정된 공간 때문에 저가의 인기 상품 위주로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어 소비자가 큰 고민 없이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트, 심지어 편의점 (feat. GX 25)에서도 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호주 와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좌측부터 샤르도네, 카베르네 쇼비뇽, 쉬라


1. Grant Burge GB32 Chardonnay 

• 원산지 호주> 남호주 

• 알코올 도수 13%

• 서양배, 멜론, 파인애플, 바닐라 커스터드 향이 강렬하며 입안에서는 파인애플 복숭아 등 열대 과일맛이 진하고 오크에서 주는 크리미함과 스파이스 향들이 균형감 있게 녹아 있다

•권장 소비자가 : 33,000원


2. Nottage Hill Cabernet Sauvignon 2017

• 원산지 호주> 남호주 

• Wine style Dry, Medium to Full bodied 

• 알코올 도수 14% 

• 일관성이 있고, 다가가기 쉬우며, 품종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고, 밸런스가 좋은 와인 

• 다크 프룻,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랙커런트, 블랙페퍼, 아니스 스파이스, 촘촘한 타닌 감이 주는 짜인 구조감, 밸런스가 좋으며 후미에 민트, 바닐라, 토스티한 아로마가 남는다.

•권장 소비자가 : 14,900원


3. Nottage Hill Shiraz 2017 

• 원산지 호주> 남호주 

• 알코올 도수 14% 

• 잘 익은 블루베리, 다크체리, 블랙커런트, 감초, 초콜릿, 스파이스, 바닐라 뉘앙스와 함께 블랙페퍼, 건조 허브 레이어 

• 잘 익은 다크 체리, 블랙커런트 플레이버와 다크 초 콜릿 견고한 팔레트, 블랙베리, 아니스 터치, 바닐라 노트. 벨벳과 같이 부드럽고 섬세한 타닌감과 따뜻한 스파이스, 약간의 오크 터치

•권장 소비자가 : 14,900원



이번 주말, 한식과 호주 와인의 즐거운 페어링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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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를 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8년 한 해동안 약 350개의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사람과 사람들의 접점을 이어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석유화학회사 환경법, 환경정책 관련 업무

      와인 21 객원 기자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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