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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Feb 14. 2020

백년전쟁 때문에 등장한 특이한 와인의 탄생설화

애주가라면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할 술, 포트와인

달고 도수 높은 술을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포트와인'을 강력히 추천한다. 브랜디인 듯 브랜디 아닌 달고 도수 높은 강력한 포트와인.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과 포르투갈의 포트와인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백년전쟁 때문에 술도 못 마셔...

포트와인 주 생산지는 포르투갈의 두오로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포트와인은 포르투갈이 아닌 영국인의 와인이다. 그 역사는 백년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년전쟁으로 무려 116년 동안 피 터지게 싸운 영국과 프랑스, 삐져도 단단히 삐져서 등을 돌렸다. 당연히 교역도 중단되었다. 

백년전쟁 (출처 : © Everett Historical/Shutterstock.com)

그런데 아뿔싸… 영국은 오래전부터 프랑스에서 와인을 수입했는데, 이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영국 왕 윌리엄 3세가 조세법을 시행하여 와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러면 어쩔 건데…? 그래도 와인은 마셔야지.  

그렇게 와인 수입상들은 와인을 공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지를 물색하기에 나섰다. 그중 하나가 런던에서 뱃길이 가장 가까운 포르투갈 북서 연안 지대였다. 원대한 꿈을 품고 도착한 영국 와인 수입상들은 포르투갈에 도착해 적잖이 실망한다. 바로… 화이트 와인을 양조하고 있었기 때문.



화이트 와인이 무슨 잘못?

(물론 화이트 와인은 잘못이 없다) 런던에서 포르투갈은 아무리 가깝다고 하더라도 2000km 가까이 떨어져 있고 온도 차이도 꽤 크다. 오늘날처럼 항해기술이 첨단이지도 않고, 배 안엔 냉장고 하나 없다. 파도에 흔들리는 충격을 와인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개복치보단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가진 와인이 적합하다. 

이렇게 가깝지만.. 당시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포트 와인을 이송하는 Barco Rabelo


생명력이 강한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와 타닌(떫을 맛을 내는 화학물질) 함량이 높으면 생명력이 질기다. 알코올과 타닌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와 타닌 함량이 높은 레드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생명력이 강하다. 포르투갈에 도착한 와인 수입상은 화이트 와인 대신 레드와인을 만드는 지역을 찾기 위해 두오로 강을 따라 연안에서 점차 내륙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올레! 결국 두오로 지역에서 레드와인 산지를 발견한다.

포르투갈의 화이트와인들


기껏 레드와인을 찾았건만..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밀려오는 상실감을 어찌할까. 힘들게 레드와인을 찾아냈지만, 와인은 먼 뱃길로 이동하는 동안 뱃멀미를 견디지 못하고 픽픽 죽어버렸다. 화이트 와인보단 강하지만, 여전히 생명력이 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입상이 아니다. (성공만 하면 엄청난 돈인데) 엄청난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수출 가능한 와인을 만드는데...! 이것이 ‘포트 와인’이다. 앞서 알코올과 타닌 농도가 높으면 생명력이 세진다고 한 바 있다. 타닌 농도를 높이는 것은 어려우니… 알코올을 더 세게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넣었다.

브랜디

브랜디는 와인을 증류하여 만든 약 40% 정도 알코올의 술이다. 오크통에 미리 브랜디를 넣고, 이후 와인을 넣어 알코올 농도를 높여서 보관 기간을 극대화했다. 술에 술을 탔다 하여 주정강화(酒精强化) 방식이라 부른다. 



브랜디를 넣으면 왜 생명력이 강해질까?

브랜디의 독한 알코올 때문에 발효 중이던 와인 속의 효모가 죽으면 발효가 멈춘다. 발효란 무엇인가? 당(설탕 같은 것!)이 효모에 의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변하는 과정이다. 발효가 멈추면 와인 속 당(달달이)이 일부 분해되지 않고 남는다. 그렇게 일반 와인보다 달고, 끈적하고, 도수가 높은 포트와인이 탄생한다. 영국인은 특히 높은 도수의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포트 와인은 영국에서 최고 인기 와인이 되었고, 덕분에 영국과 포르투갈의 사이도 좋아지게 된다. 

10년 묵은 토니 포트와인


빈티지가 없는 포트와인?

대부분의 와인은 라벨에 '빈티지'가 표기되어 있다. '빈티지'란 포도가 수확된 년도, 즉 당년도 기후에 포도 재배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하지만 대부분 포트와인에는 빈티지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왜? 

빈티지 포트와인 생산자는 최고의 해에 양조된 와인만을 ‘빈티지’ 포트라고 라벨링 할 수 있다. (마치 샴페인처럼!) 10년에도 몇 차례 되지 않는 매우 뛰어난 해에만 빈티지를 붙일 수 있는 것. 흉년이 연달아 있을 때는 거의 30년간 빈티지 승인이 없었다. 

1870년과 1873년의 빈티지 포트



더 알고 싶다면?


두오로의 포도 재배지

두오로 리버 밸리의 지리학적으로 캄브리아기의 편암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Barqueiros 마을을 시작으로, 리버밸리는 거의 스페인 접경 지역까지 동쪽으로 이어져 있다. 이 지역은  Serra do Marão 산에 의해 대서양 기후의 영향을 덜 받으며, 이 지역은 3개의 세부 지역으로 나누어지는데 Baixo Corgo(저지대), Cima Corgo(고지대), 그리고 Douro Superior 가 있다.
  

포르투갈 북반구의 두오로 강 주변 포트 와인 생산지


 Baixo Corgo

 가장 Corgo강 하류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Peso da Régua라는 소도시 쪽에 위치한다. 이 곳은 포트 생산 지역 중 가장 습한 곳으로 년 강수량은 900mm에 달하며 연평균기온이 가장 낮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포도들로는 보통 저가의 루비와 포트 와인들을 생산한다.
  
 Cima Corgo

 Baixo Corgo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Pinhão의 마을 부근이다. 이 지역의 여름 평균 기온은 Baixo 보다 약간 높으며 년 강수량은 200mm 이하이다. 이 지역에서 자라는 포도는 고품질로 평가되며 빈티지 포트, 리제르바 포트, 숙성 토니 포트, Late Bottled Vintage(늦은 병입 포트) 와인을 양조하는데 사용된다.
  
 Douro Superior 
 가장 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거의 스페인과 접경하고 있다. 이곳은 두오로 지역 중 가장 포도 재배량이 적은 곳으로 Cachão da Valeira의 빠른 조류에 의해 강을 항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곳은 두오로의 가장 따뜻하고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역으로, 향후 기계화를 통해 대규모 포도 재배가 가능할 수도 있다.



포도 품종

100개가 넘는 포도 품종으로 포트를 만들 수 있지만, 실제로 주요하게 사용되는 포도는 5개 종류이다. 대부분 포트와인은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하여 양조된다. 

5개 품종 : Tinta Barroca, Tinta Cão, Tinta Roriz (Tempranillo), Touriga Francesa, Touriga Nacional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은 가장 높은 퀄리티의 포트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품종이나 기르기 까다롭고 투리가 프랑카(Touriga Francesa) 대비하여 재배량이 많지 않다. 포트와인을 양조하는 포도 품종은 알갱이가 매우 작고 단단하여 여운이 길고 강할 뿐 아니라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다. 


색에 따라 구별되는 포트 와인

스타일

포트 와인은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1. 루비(Ruby) 포트 : 상대적으로 오래되고 큰 오크통에서 숙성하여 과일향이 보존되는 방식. ‘환원적’ 숙성을 거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경우 매우 천천히 색이 변하게 되며 와인이 점차 부드러워지고 타닌 함량이 줄어든다. 
 2. 토니(Tawny) 포트 : 사이즈가 작은 오크 배럴에서 숙성되며 배럴의 미세한 구멍으로 인해 산소가 투과되어 산화되는 스타일이다. 이 경우 색이 빨리 변하게 되며, 증발이 일어나 ‘angel’s share’라고 불리는 와인 손실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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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9년 한 해동안 1,000개 가 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FCMI 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1기 인턴 팀장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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