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가 가슴이 촉촉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귓가로 작은 새의 노래소리가 날아들거나
나 나비가 아주 천천히 작은 꽃을 향해 날개짓을 할 때. 그 날개짓이 느리지만 또렷하게 보일 때.
다 다람쥐의 콧망울이 씰룩거리는 걸, 우연히 지나가는 푸른 빛 나무아래서 보게 될 때... 별 것도 아닌 일상이지만 그런 순간들이 우릴 향해 손을 흔들면 가슴에 퍼지는 기분좋은 파장이 있다.
라 라디오에서 울리는 슬픈 노래를 듣다가 문득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발걸음을 보는것도
마 마치 내가 살아있구나, 안도감을 준다. 왜인진 모른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 좀 더 극적이거나 근사한 순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죽을 고비를 넘기다가 어찌어찌 살아났다거나 인생역전의 어떤 기회를 잡았다거나 하는 그런 잊지못할 순간들. 그런 순간이 오면 '아 내가 정말 살아있구나!' 그래지는 게 아닌가. 하지만 삶의 아름다움은 꼭 그렇게 큰 울림 속에만 있는 건 아닌가보다.
바 바람을 타고 실리는 꽃내음이나 짭쪼롬한 바다냄새가 몸 속으로 들어오면 몸안에서 졸고있는 어떤 에너지같은 게 깨어난다.
사 사람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에너지. 제자리를 맴돌거나 움츠리고 있는 우리의 발을 다시금 떼게하는 힘. 우리 모두는 그런 에너지를 이미 가지고 태어나며 그것과 함께 성장한다. 작은 씨앗으로 시작한 이 힘은 모두에게 다른 존재로 자란다. 어떤 이에겐 넓은 그늘을 가진 커다란 나무로, 어떤 이에게는 앙증맞은 들꽃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열매나무로. 그것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좀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아 아름다운 에너지는 '꿈'이라고도 불린다. 그 '꿈'이라는 녀석을 끝내 발견하지 못하고 '현실이라는 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꿈'이 없다는 건 아니다. 분명 모두에겐 작은 씨앗이 주어지고 그 씨앗은 없어지거나 다치지 않는 하나뿐인 고귀한 것이기에.
자 자꾸 힘들고도 모진 환경과 맞서 싸워야 하다보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것 뿐. 모두의 삶은 전쟁과도 같은 투쟁이다. 무한경쟁 사회를 살아내는 우리 모두는 전투복을 입고있는 군인이다. 가난한 자나 풍요로운 자, 어린 사람이나 늙고 병든 사람 모두 견뎌야 할 삶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크고 단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꿈'이라는 달콤한 선물을 발견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차 차가운 비바람에 많이 흔들리지 않도록 막아주어야 하고, 거센 눈보라에 다치지 않게 감싸주기도 해야하는 '꿈'은 기쁨을 주기까지 너무나 오랜시간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카 카프카가 '꿈'이라는 책을 통해 보여주는, ".. 기억해내지 않으려 애쓰"기 까지 해야하는 그것과는 같은 이름이지만 완전히 다른 녀석이기 때문에. 후자의 꿈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가 잊혀지기도 하는 존재라면 우리는 전자를 자꾸만 기억해내야 하고 자주 생각해야 하며 어떤 시도든 해야한다. 그래야만 그와 대화할 수 있다.
타 타인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으며, 삶의 무게가 짓누른다고 잠깐이라도 손을 놓게되면 다시 끌어당기기가 쉽지 않은 아주 까다로운 녀석이다. 그렇게나 열정을 쏟아부어도 그것을 키우는 건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이루기란 더더욱.
파 파란색. '꿈'과 가장 닮은 빛깔을 굳이 찾자면 청색이다. 청색은 고대부터 중세 초까지도 유럽에서 대접받지 못한 불우한 색이었다. 청색은 어두웠으며, 순결함의 의미인 흰색이나 열정과 사랑을 나타내는 빨간색 등 다른 색들이 각기 의미가 주어졌을 때도 무시당했던 색이다.
하 하지만 청색은 그 당시의 기술로는 얻을 수 없는, 얻기 힘든 색이었기에 기피당했던 색이다. 중세 이후 파랑은 천상의 빛으로 태어나고 보석중 가장 아름다운 사파이어의 빛을 의미한다고 여겨져, 순결과 여유, 낭만의 상징이자 자유의 색으로 떠오르게 된다. '꿈'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그가 말하는 대화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저 어두운 내면에 불과하다. 거부당했던 파란색처럼. 쉽게 얻을 수 없는 보석이기도 하다. 또 청색이 얻어낸 의미처럼 삶을 아름답게 만들고 자유롭게 만들기도 한다. '꿈'과 대화하는 사람은 어떤 일이든 시도할 수 있고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 도전들은 그를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잠시 다른 길로 가야만 할 경우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다시 '꿈'을 향해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그가 하는 얘길 들어보자. 서툴어도 좋다, 잘 들리지 않아도 괜찮다. 시작은 항상 그런 법이니까. 포기하지만 말자. 그럼 그의 목소리가 점점 또렷해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