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6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기존 3화가 6화로 밀렸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지만, 그래도 면접에 떨어졌다는 사실에 우울했다. 이제는 아르바이트 면접조차 떨어지는 신세라니.


편의점, 설거지, 단순조립, 캐셔 등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행사 진행, 판촉, 보조출연 등 단기라도 할 수만 있다면 오케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장, 단기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전부 지원해야곘다 마음먹었다.


고개가 절로 푹 숙여져 땅만 보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앞사람의 가방 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커진 눈으로 재차 확인해 보니 5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다. 유리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길에는 돈을 떨어뜨린 사람과 유리, 단 두 명뿐이다. 게다가 앞사람은 무엇에 정신이 팔려있는지,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갈 뿐이다.


돈뭉치를 주운 유리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저 돈다발이면 월세를 포함해 몇 달은 더 놀고먹을 수 있을 텐데. 그냥 모르는 척 주워버릴까? 아니다. 저 사람도 힘들게 번 돈일 텐데. 역시 돌려줘야 할까?


갈팡질팡 갈팡질팡. 아무것도 모르고 나아가는 앞사람의 등을 바라보며, 유리의 마음속에서 가져가라는 유혹과 돌려주라는 일말의 양심이 싸웠다.


잠시 후, 유리는 달렸다.


"저기요!"


앞서가던 사람이 멈춰서 뒤돌아봤다. 순간, 유리는 익숙하지 않은 구두로 삐걱대며 달리는 자신의 폼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도.. 돈 흘리고 가셨어요!"


앞서 걷던 사람은 엉성한 화장을 하고 숨을 헐떡이는 유리를 보며 말했다.


"어이구, 고맙습니다. 큰일 날 뻔했네요! 혹시 식사는 하셨습니까? 치킨 한 마리 대접하고 싶네요."


유리는 그제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치킨이라니. 먹고는 싶지만, 돈을 주워준 댓가로 받기에는 비싼 음식이다. 유리는 당황했다.


"치.. 치킨이요?"

"네. 요 앞에서 작은 치킨 가게를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같이 가시죠."


면접을 보러 나왔던 유리는 엉겁결에 사장님을 따라가 치킨을 먹기로 했다.




도착해 간판을 보니 유리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집이었다.


'자주 시켜 먹는 치킨집 사장님 얼굴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러고 보니 배달만 시켜 먹었고 배달 요청사항은 항상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였다. 얼굴을 모르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 당연한 사실에 놀란 유리였다. 그때, 사장님께서 다가오셨다.


"자, 치킨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눈앞에 갓 만들어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념치킨이 놓였다. 손으로 닭다리를 잡아 뜯으며 맛을 음미하는데 사장님께서 말을 거셨다.


"면접 보고 오셨나 봐요?"


사장님의 말씀에 일을 해야 한다는 공포와 함께 주거 문제로 인해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 눈물이 차올랐다.


"뭔가 속상한 일이 있나 보네요. 괜찮아요.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지."

"흐아아아아앙."


사장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울음이 터졌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울기나 하다니. 부끄럽지만 치킨은 또 맛있다.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치킨을 먹고 있자 사장님께서 휴지를 권하시며 말씀하셨다.


"어유, 암만 그래도 콧물까지 같이 드시겠어요. 콧물은 풀고 드세요."


'패앵!' 유리는 콧물을 풀어가며 눈물 젖은 치킨을 먹었다. 따뜻한 치킨과 사장님의 따스함에 그간의 속상함들이 얼음 표면이 녹듯 조금은 녹아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치킨을 뜯는 유리에게 사장님께서 다시 한번 따뜻한 제안을 해주셨다.


"취업 준비하고 계시는 듯한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시간 되실 때마다 저희 가게 일손 좀 도와주시고 식사하시고 가겠어요?"


유리에게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일은 무섭지만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무섭지 않다. 게다가 매번 끼니를 챙기는 일도 쉽지 않았는데 끼니도 해결이 된다. 끼니가 해결이 되니 그만큼 식비도 절약이 된다. 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든지요?"

"하하. 가게가 문을 연 오후 2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언제든지요."


사장님께서 인자한 웃음과 함께 대답해 주셨다. 그렇게 유리는 사장님을 돕고 저녁 끼니를 때우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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