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8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8화가 새로이 추가되어 기존 8~9화가 9~10화로 밀렸습니다.


'후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인형탈을 벗었다.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앞머리는 땀으로 얼굴에 축축하게 달라붙어 있다. 손등으로 이마를 닦고 있는데, 카페 사장님께서 다가와 수건을 건네주셨다.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받아 든 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닦았다. 유리에게 고생했다 말해주는 걸까, 카페의 고양이 몇 마리도 다가와 유리의 팔과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갸르릉거렸다.


"어머, 고양이들도 유리 씨가 좋은가 봐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한 1주일만 카페 일을 도와주시겠어요? 개업한 지 얼마 안 돼서 일손이 필요하네요."

"다, 당연하죠! 열심히 할게요!"


카페 사장님의 고마운 제안에 유리는 소리 지르듯 대답했다.




다음날 아침, 유리는 온몸을 두드려 맞은 듯 아팠다. 오랜만에 몸을 많이 썼기 때문인 것 같다. 꼼짝도 않고 앓아눕고 싶다.


하지만 운 좋게 얻은 아르바이트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리는 팔과 다리, 어깨와 허리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카페로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몸은 좀 괜찮아요?"


카페 사장님께서 인형탈의 고단함을 아시는지 걱정해 주셨다. 하지만 정말 몸이 안 좋다고 하면 아르바이트가 하루짜리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유리는 팔을 걷어붙이며 애써 밝게 말했다.


"물론이죠! 뭐부터 하면 될까요?"

"그렇다면 일단 고양이 화장실부터 치워주시겠어요?"


고양이 배설물을 치우는 방법을 배우며 일을 시작했다. 잠시 후 카페의 오픈 시간이 되었고 손님들이 하나, 둘 입장했다.


사장님께서 계산과 이용 안내, 음료 제조 등 카페의 주요 업무를 하시고, 유리는 바닥 청소와 고양이 화장실 청소 등의 잡무를 도맡았다.


유리가 근육통에 힘들어할 때면, 고양이들이 번갈아 와서 유리의 몸에 머리를 부비며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약속한 일주일이 흐르고, 드디어 마지막 근무날이 되었다.




카페의 브레이크 타임에 유리는 사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여쭤봐도 되나요?"

"제가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거라면요."


사장님의 싱그러운 미소에 마음이 놓인 유리가 질문했다.


"사장님은 왜 '고양이 카페'를 여신 거예요? 그냥 카페보다 할 일이 많잖아요."


유리의 질문에 사장님께서 손을 매만지며 말씀하셨다.


"짧게 말씀드리면 '여유를 가지는 법을 고양이에게 배웠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고양이 카페 사장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창업지원기관에서 근무했었어요. 모든 직장이 그렇듯이 제가 다니던 기관도 항상 성과가 나야 했고 그 성과가 빨리 나야 했어요.


하지만 계속된 불황에 예비 창업자분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기관의 입장에서는 항상 전년도보다 올해에 성과가 더 나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까 봐 초조해지더라고요.


스트레스에 자연스럽게 끼니도 걸러가며 일을 하게 되었어요. 어느 점심시간에 한숨을 폭폭 내쉬며 근무하고 있는데 팀장님께서 '늦게 와도 좋으니까, 바람이라도 좀 쐬고 끼니도 때우고 오라'고 내보내시더라고요.


그렇게 등 떠밀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어요. 바깥 날씨도 모른 채, 급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에서 김밥 한 줄과 우유를 하나 사서 기관 근처 벤치에 앉아 끼니를 때우고 있었어요.


그때, 햇볕 아래에서 뒹굴거리는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여유를 즐기는 고양이를 보자 따뜻한 햇살과 살짝 쌀쌀한 가을바람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아, 내가 괜한 초조함에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그 길로 고양이 카페 창업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근무하던 기관의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카페를 연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고양이들의 여유로움을 지켜주고 싶고, 다른 사람들도 고양이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여유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괜한 초조함에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라....


유리는 생각에 잠겼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고 할 일이 많아졌다. 전세금을 돌려받을 방안도 마련해야 하고, 일자리도 알아봐야 한다.


사장님의 말씀은 좋은 말이지만 지금의 유리에게는 초조한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빨리 둘 중 하나라도 해결이 돼야 한다. 그때, 사장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아차, 아까부터 유리 씨 옆에 같이 앉아있던 노란 고양이가 그때 그 고양이예요."


유리의 옆에 노란 고양이의 뒤통수가 보인다.


"어머, 언제부터 있었지?"


깜짝 놀란 유리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시간을 봤다.


"어머, 벌써 브레이크 타임이 끝났네요. 말씀 잘 들었어요! 이제 일 시작할까요?"


그렇게 고양이 카페에서의 마지막 날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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