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한,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치킨 집의 마감 즈음에 유리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단순조립 및 포장. 내일부터 일주일간 연속으로 근무 가능하신 경우 이름/나이 회신주세요.'
유리는 냉큼 이름과 나이를 회신하고 근무지와 근무시간을 안내받았다.
"사장님! 저 단기 알바 또 구했어요!"
유리의 외침에 테이블을 닦던 사장님께서 일손을 놓고 물어보셨다.
"그래? 이번에는 어디니?"
"단순조립이랑 포장이에요. 한 일주일 후에 뵈요!"
"아이고. 일찍 나가겠구나. 어서 들어가렴."
사장님의 말씀에 유리는 신이 나 가방을 챙겨 치킨집을 나섰다.
다음날 새벽, 11월 말의 새벽 공기가 유리의 볼을 어루만졌다. 아직 입김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춥다.
유리는 장갑을 끼지 않고 나온 것을 후회하며, 양손으로 얼은 볼을 감싸고 종종걸음으로 근무지로 향했다.
"여긴가...."
근무지에 가까워지자 유리의 눈에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거대한 가건물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보니 오늘의 근무지가 맞다.
"아르바이트 왔는데요...."
유리는 가건물 안에서 지나가는 사람 한 명을 붙잡고 말했다.
"아, 저 분한테 가보세요."
상대방은 유리에게 다른 사람을 가리키고는 가던 길을 갔다.
상대방이 가리킨 사람에게 가 유리는 재차 말했다.
"아르바이트 왔어요."
"따라오세요."
새로운 사람은 유리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더니, 출근부에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적게 시켰다. 그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이모님들이랑 같이 일할거에요. 일은 이모님들께 배우세요."
그렇게 유리는 이 사람의 손 끝을 따라 이쪽으로, 저 사람의 손 끝을 따라 저쪽으로 이동했다.
"알바여? 아가씨는 언제까지 하는겨?"
"저 일주일이요."
"그랴? 잘 부탁햐."
한 아주머니가 유리에게 말을 거셨고, 짧은 대화가 끝나자 이번에는 다른 아주머니가 유리에게 갈색 솜 조끼를 건네며 말했다.
"춥다. 이 옷 입고."
유리는 갈색 솜 조끼를 받아입고 오늘의 할 일을 배웠다.
"오늘은 여기 채칼세트를 조립할 겨. 우리가 조립하고 비닐에 넣어줄텡께, 아가씨는 여기 서서 비닐만 붙이면 돼."
한 이모님께서 유리에게 시범을 몇 번 보여주셨다. 비닐의 접착면에 붙어있는 작은 비닐을 떼며 비닐을 붙이기만 하면 되는 업무다.
'엄청 쉽고 간단하잖아?'
잠시후 업무가 시작되었다.
모든 이모님들이 언제 그렇게 여유가 있었냐는 듯, 엄청난 속도로 채칼 세트를 조립했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쉬운 업무를 맡은 유리였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모님들의 속도를 맞출 수 없었다. 유리의 앞에 포장을 기다리는 채칼들이 쌓였다.
"아이고. 그렇게 손이 느려서 쓰겄어?"
채칼을 배닐에 넣는 단계에 있는 이모님께서 한 소리 하시며, 유리의 업무를 일부 도와가며 일하셨다.
그렇게 오전 업무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됬다.
"식사들 하고 일 하자구~."
유리에게 시범을 보여주셨던 이모님께서 손뼉을 치며 업무 중단 선언을 내리셨다. 허겁지겁 업무를 따라가던 유리에게 단비같은 소식이다.
'드디어 쉴 수 있구나.'
유리는 진이 빠져 주저앉을 뻔 했다. 하지만 정말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이모님들을 따라 작은 사무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인원수에 맞게 도시락이 놓여있었다.
"맛있게들 먹어요."
진이 빠진 유리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고기반찬과 나물반찬, 김치. 그리고 밥 위에 계란후라이가 보인다.
젓가락으로 계란후라이를 들어 씹었지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반찬들과 밥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유리는 살기 위해 따뜻한 무언가들을 대충 씹어냈다.
이모님들은 식사도 빠르셨다. 유리가 밥을 채 반도 먹기 전에 모두 식사를 마치셨고, 유리가 밥을 다 먹을 즈음에는 다들 믹스 커피 한 잔씩을 드시고 이미 낮잠을 주무셨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기 3분 전. 다들 알람도 없이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고 엄청나게 빠르다.
일도 계속 하다보니 손에 익었다. 비록 아직 한 사람 분의 몫을 쳐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나 속도가 오른 유리였다.
아직 일도 잘 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잡생각이 떠올랐다.
'마치 세상이라는 톱니바퀴 안의 부품 한 조각이 된 기분이야.'
잡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또다시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 역할은 뭘까? 사회 생활 적응도 못 하고 사회에서 떨어져나온 불량부품에다가 전세 사기 당하고 꾸역꾸역 사는 역할?'
그 때, 옆에 계시는 이모님께서 소리질렀다.
"집중해! 집중!"
잡생각에 접착면의 비닐을 떼지 않고 비닐을 붙이려 한 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