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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혹의 우뇌 Aug 21. 2017

고장 난 나침반, GDP는 틀렸다!

계기판에 문제가 생긴 비행기의 조종석을 생각해 보자. 항법 장치가 고장 난 여객선, 나침반을 잃어버린 산속의 탐험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숙명인 우리는, 항상 무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이 실제 장소를 찾는 것이든, 마음의 종착역을 찾는 것이든, 그 무엇이든지 말이다. 


GDP는 금전적(financial), 물질적(manufactured) 자본 외에는 계산할 줄 모른다. 히말라야 끝자락에 위치한 부탄에 사는 사람들이 고도성장의 상징인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 왜 더 행복한지 GDP는 설명할 수 없다. 왜곡된 정보를 전하는 나침반을 따라가다 보면, 왜곡된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출처: 파반 수크데브 (Pavan Sukhdev)


프랑스의 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Sarkozy)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Stiglitz), 아마티야 센(Sen)등 세계적인 경제학자들과 함께 ‘우리가 경제 성과의 측정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우리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1] 즉, GDP로 대변되는 현재의 경제성과 측정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우리는 경제성장률과 현재 우리 경제의 주류를 지배하는 숫자에 매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희생된 개인은 결코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간과하고 있다. 물론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GDP를 대신할 지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거대하다고 해서,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멈추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우리의 현재가 야기한) 문제를 풀 수가 없는 법이다.


첫 번째 문제 해결 방법은 자연을 자본(capital)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부(富)를 측정하는 방식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을 측정하는 GDP에 의지하고 있지만, GDP는 자연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엔에서 개발한 인간개발지수(HDI)의 경우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기대수명, 문맹률, 교육 참여율, 표준 삶의 수준 등을 측정하는 이 지표 역시 자연자원이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내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국가회계체계 구조를 변형하는, 그 첫 번째 단계는 GDP에 자연자본의 고갈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지표를 삽입해 조정하는 것이다. [2]그러나, 이 경우에도 사회적인 부문이 건강한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GDP와 같은 평균 지표들은 부자나 빈곤층이나 구분하지 않고 소득 수준과 저축 등을 평균을 내버리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결국 우리가 국가사회의 발전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즉,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경시되는 주류 경제의 문제다. 시스템적인 문제는, 단순한 환경운동이나, 근시안적인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인 판의 변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위로부터의(top-down) 변화와 아래로부터의 (bottom-up) 혁신 모두를 필요로 한다. 정부의 규제 및 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통한 시장 시스템 변화의 의지, 그리고 둘째는 기업 및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몇십 년 동안 GDP는 ‘경제의 거의 모든 것’을 측정하는 지표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사실은 GDP자체가 ‘모든 것’을 측정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표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본래 특정 기간 동안 한 경제에서 발생된 최종 생산물과 서비스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무엇을 생산하는지, 어떻게 생산하는지, 누가 생산하는지에 대한 고려는 애초에 없다.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측정방식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정하는 것 자체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다.


      

[1] <GDP는 틀렸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동녘), 5페이지 

[2] 물론, 통계(accounts)와 유의미하면서도 표준화된 지표(indicator)를 설정하는 것이 큰 숙제다. 그 한 가지 예로 “환경경제통합계정(System ofEnvironmental Economic Accounting; SEEA)”을 들 수 있다.  SEEA는 경제 정보와 환경 정보를 공통의 틀로 통합해내고, 환경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와 경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측정 도구다. 2005년에 만들어진 유엔 환경경제 계정 전문가 위원회는 현재의 주류 회계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SEEA를 국제표준으로 삼고 국민계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WealthAccounting and the Valuation of Ecosystem Services (WAVES)는 이를 적용하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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