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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비아 Jul 20. 2020

인생의 바다, 엄마의 물결




 육아를 하면 할수록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육아를 한다는 건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할머니가 되어 본 적이 없으니 그 기분이 어떤지 다 알 순 없다. 어쩌면 인생의 바다에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가다가 만나게 되는, 육지로부터 조금 더 멀리 가야 만날 수 있는 파도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무릇 든다. 내가 세상 밖으로 나가며 엄마라는 파도를 만났듯이. 좋다 나쁘다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느낌이자 깊이.


 저 멀리 보이는 나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 간 부모님을 등대 삼아 바라보며, 때로는 지표 삼아 따라가며 가는 이 길이 가끔은 어디인지, 어디쯤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을 때, 부모님께서 나를 키우며 가셨을 고된 길이 보지 않았어도 보이는 것 같아 물결이 되어 가슴속으로 깊숙이 밀려들어 아릴 때가 있다.




지금에서야
부모가 되어서야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이만큼 와야 알 수 있는 것





 오늘 엄마의 눈을 바라보며 엄마의 말소리를 들었다. 엄마 눈가에 진 잔물결이 내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엄마는 너의 인생을 살라고 말씀하시고 가셨다.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행복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항상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부지런히 대답만 하고서 엄마만 바라만 보았다. 나는 알고 있다.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내가 지금 그렇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엄마가 보시기에 엄마의 고운 딸이 그렇지 않아 보이는 모습을 자꾸만 보여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기만 하다. 하늘 끝까지 사랑해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은데 자꾸만 거센 비바람에 휩쓸린다. 파도의 세기만큼 단단해지는 거라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을 텐데. 폭풍에 휩쓸려 가지 말자. 방향 잃고 가라앉지 말자. 나에게 이름 석자 지어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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