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안다. 어떤 계획에 따라 어떤 움직임으로 보냈는지 엄마는 안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한 음식과 즐겁게 뛰어놀만한 곳을 선택하였고, 매일 조금씩 더 자라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차가운 훈육과 따뜻한 격려의 말을 오갔던 엄마는, 지금 하루를 마감한다.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 시간이 지나간다.
익숙해져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 시간이 흐른다.
행여 아이가 깰까 봐 그 옆에 누워 엄마 냄새와 심장소리를 내어주고서 이어폰을 타고 귀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요즘 노래를 들으며 입 안에서 흥얼거려 본다. 그리고 엄마는 천장을 바라보며 뻥 뚫린 밤하늘을 상상한다.
잘 지내고 있는지 엄마가 아닌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너무 오래 지나쳐왔던 걸까. '나는' 제법 서운한 마음이 들었는지 아무 말이 없다. 크게 숨 한번 쉬고, ‘5월’이라고 쓰여 있는 달력을 바라본다. 달력을 꽉 채운 숫자들은 왜 이리 낯설게 보이는지. 익숙한 것들 사이로 숨어 있던 시간을 잠시 붙잡아본다. 정말 아주 잠깐.
내일이면 다시 익숙한 것들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