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내 경험과 내 생각에 비추어 다른 누군가의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누군가가 나와 가까울수록, 그리고 나보다 어리거나 경험이 적을수록 더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이 어렵지 않다. 너도 나도 모두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낸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몇 년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극중 아빠인 성동일이 딸인 덕선에게 했던 대사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던 이 말은 이후로 심심찮게 쓰이는 말이 되었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다. 오늘을 처음 살아가고, 누군가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도,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가 되는 것 모두 처음이다. 처음이라서도 모르고, 어짜피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모른다. 매순간 힘들고, 어려운 이유라고 생각한다.
처음이라서 그래.
처음이라서 그랬다는 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이 상처에 대한 면죄부 혹은 용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단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마음에 남았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몇 마디의 말이나 상황이, 몇 번 혹은 몇 사람에게 반복되며 가스라이팅을 하게 만들 수도 있고, 한 번 마음속에 쿡 박혀서 꽤 오랜시간 빠지지 않는 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내 상황이나 내 마음이 괜찮을 때는 상처가 있어도 무뎌지지만, 내가 힘들어지면 마치 상처가 헤집어진 것처럼 무겁고 아프다.
다정한 사람,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우리는 모두 오늘을 처음 살고, 다른 상황 속에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기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거나, 모든 상황과 감정에 공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 나와 다른 생각, 이상해보이는 행동이라도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이 들었구나', 또 '그래서 그런 행동을 했구나' 하면서 계속 배우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