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살 수 있어야 사람도 살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여름이나 가을 쯤이면 잠자리 날개를 붙잡아 잠자리를 무서워하는 또래 친구를 놀리거나 아니면 그 잠자리 자체를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곤충을 무서워했기에 그 근처로 가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서 보았지만 나에게는 곤충에 대한 무서움과 (나에게는 무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곤충을 괴롭히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 두 가지의 마음이 머릿속에서 공존하였다.
곤충만큼이나 곳곳에서 사람에게 학대당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고양이다. 어린시절, 동네 어른들은 고양이를 유독 싫어했다. 밤사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찢어 굶주린 배를 채우는 고양이를 '도둑 고양이'라고 불렀고, 고양이가 거리에 보이기만 해도 때리려 위협하고 욕을 해댔다. 아마 고양이가 바라보는 세상에는 칼과 욕설밖에 없지 않을까.
6월 8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마포구 일대에서 어린 고양이의 사체가 훼손돼 발견된 일이 세 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수사관 한 명이 담당하기에는 검토해야 할 자료들이 많아 팀 단위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례적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례적'이라는 것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례적인 것이다. 5월 19일 밤 주차된 자동차 아래서 새끼 고양이의 사체를 발견하여 동물자유연대에 제보한 한 주민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유사한 방식의 고양이 살해 사건이 3년째 반복되고 있다. 2018년 8월과 지난해 10월에도 머리 부분이 심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고양이들의 학대 정도는 학대 수준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심각했다. 발견 당시 각 고양이들은 머리, 각각의 앞발, 하복부와 뒷다리 등 총 네 토막으로 절단되어 있거나 절단되어 버려진 어린 고양이들의 사체가 공개된 장소에 놓여져 있었다. 심지어 국민청원 청원글에 의하면 6월 4일에는 새끼고양이의 어미가 새끼고양이의 머리를 입에 물고 제보자 앞에 나타났다고 한다. KARA는 공식 SNS를 통해 "사체 절단 면의 피부가 예리한 도구로 잘려 있고, 뼈가 외부 충격에 의해 부러졌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사람의 소행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며칠전인 6월 16일 서울 관악 경찰서에서도 고양이 연속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임신한 고양이를 죽이고, 뒷 다리가 훼손된 새끼 고양이 사체 등을 포함한 5마리의 고양이가 또 죽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서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고양이가 죽어나가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보다 약자인 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이는 세상에서 사람은 언제까지 '사람'이라는 이유로 안전할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안전한 세상인가)
약자를 죽이는 세상은 또다른 약자를 만들고, 그 약자를 죽이는 일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결국 가장 약한 약자가 살 수 있는 세상이 모두가 살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세상이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나는 그 일을 강제력을 가진 법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법, 그것도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진정한 법은, 법의 이름으로 '약자'의 한계를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형이 선고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혹은 동물이기에 약자이더라도 법이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약자로 학대당하고 착취당하지 않을 수 있을만큼의 법 말이다.
그러나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 6월 15일에 게시된 국민청원 참여인원 역시 6월 2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2,032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분노와 답답함 그리고 조금의 희망을 담아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본 누구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청원에 동의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이 청원이 몇 개의 뉴스가 되고, 그렇게 해서 마포와 관악 경찰서에서 제대로된 수사가 이루어지고 범인이 붙잡힐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짓밟고 학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국민청원 <토막내어져 죽어가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강력한 법 개정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