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란 말의 대가

by 사이사이

2020년 5월 4일 경상남도 창원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음식점 주인이 고기를 구워주지 않는 등 다른 손님과 달리 자신만 무시했다"며 식당 여주인을 살해 했다고 진술했다. 당연히 범행동기 역시 우발적 범행으로 알려졌었다. 처음 알려진 이 만큼도 이미 말이 되지 않는데,


그러나 사건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새로운 정황이 드러났다. 알고보니 10년 전부터 하 씨는 식당 여주인이었던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있었다. 스토킹이 부른 살인이었다.


피해자 지인의 말에 의하면 "매일. 언니가 가라고 하면 발끈해서 욕하고. 이튿날 또 오고. 언니가 너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완전히 미칠 정도로." 범행 전 수시로 식당에 찾아온 하 씨의 행동은 집착 수준이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후 숨진 음식점 주인의 휴대전화를 보니, 석 달 치 통화 목록을 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 씨로부터 100통 가까운 전화가 걸려왔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고통의 흔적이 죽은 후에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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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심상치 않게 등장하던 '안전 이별'이라는 말. 헤어진 전 연인으로부터 보복 범죄나 스토킹을 당하지 않는 안전한 이별을 일컫는 '당연'의 범주에 들 수 없는 말이 이제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자리잡았다. 또 작년 신림동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역시 피해자를 200m가량 따라가다 결국 집까지 침입하려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논란이 일고, 청원이 게시되어도 심지어 청원이 몇 백 만명의 동의를 얻어도 여전히 스토킹 사건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토킹 범죄가 경범죄로 분류되어 범칙금 8만원 이외에는 행위자를 구치소에 유치하거나 심지어 피해자 보호 조치조차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스토킹을 강력범죄 혹은 강력범죄의 전조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방관과 안일함이 계속 누군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을 정말 사람으로 존중했다면, 과연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죽일 수 있었을까.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해준다면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고 선택이다. 그럴 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거나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있지 않을거면 아무에게도 갈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따라다니고 집착하는 일은 폭력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 도전과 끈기를 표현하기에는 좋은 말이지만, 이 말이 구애할 때 만큼은 더 이상 쓰이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구애'라는 명목 하에 쫓기고, 두려워하다 끝내 살해당하는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전 05화동의를 표현했을때만 진정으로 동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