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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Mar 22. 2023

부산에서 만난 풍경

움푹 들어간 공간을 만들자

입사 5주년(벌써?)을 맞아 동기들과 짧게 부산을 다녀왔다. 바다 내음 바람 소리 실컷 품고 왔던 짧았던 2박 3일의 기록.


첫 날 부산역에 내려 눈에 보이는 택시를 잡고 영도로 향했다. 점심도 못먹은 상태에다 운전을 거칠게 하셔서 멀미가 심한 와중에도 기사 아저씨는 이것저것 말도 걸고 퀴즈도 냈다. 이런거 그냥 무시하지 못하는 나는 꼬박꼬박 성실히 리액션을 해드렸고.. 정말 힘들어 질 때쯤 목적지 도착.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와 한가로이 낚시하는 아저씨들. 저 멀리 정박한 커다란 배. 두근두근.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커피도 먹고 사진도 찍고 책방도 구경하고 재미로 관상도 보고..(그래서.. 재물복이 언제 터진다구요?) 셋이서 귀엽게 우정 반지도 맞췄다. 그치만 내가 고른 수박은 하루만에 뽀개짐.. 

영도는 노을이 아름답다던데 날씨가 조금 흐린 탓인지 빨갛게 물들진 않았다. 그래도 노을 지는 바다는 너무너무 아름답다.

청사포에서 미포까지 캡슐열차를 타고 만난 풍경들. 바다가 눈앞에 있어서 마치 물 안에 고요히 잠수하고 있는 기분. 알록달록 캡슐열차 짱 귀엽고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 보여서 더 짱이었다. 햇빛 정면으로 맞은 푸른 바다가 부슬부슬 흔들리는 풍경은 2박 3일 간 가장 좋았던 기억 중 하나.

해준이 서래씨에게 사준 초밥집에 왔다.. 마침내. 가격 좀 사악한데 헤결 과몰입러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잖아요. 가게 안에 서래씨 사진이랑 헤결 노트 있는 것만으로도 다 이루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뽀짝이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았던 건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사회 생활하면서 만난 인연들은 쓰였던 마음만큼 깊고 길게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여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기쁘다. 

그리고 또 좋았던 거. 나 여행 좋아하네. 단조로운 일상에 손가락을 쿡 찍어 움푹 팬 공간을 만들어 본다. 나만이 느끼고 나만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들. 그런 공간들을 자주 자주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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