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내가 잘리는 날이 온다면 그때가 제주로 떠나는 날 일 것이다”
2016년.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제주에 땅을 얼떨결에 계약하고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지껄였다.
이런 생각에 미래가 든든하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 대상이기도 했는데 농담처럼 하던 말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좋아한다. 감옥의 죄수들이 야외 근로를 나와 어느 건물 지붕 위에서 주인공 '앤디'의 활약으로 땡볕아래 시원한 맥주를 마시게 된다. 몇 년만일지도 모를 일이다. 앤디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작 앤디는 맥주를 마시지도 않는다. 영화 말미에 앤디가 감옥을 탈출하여 비를 맞으며 만세를 부르는 자유의 장면. 그리고 마지막 멕시코 어느 해안가에서 절친 '레드'를 기다리며 차분하게 배를 수리하고 있었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회사라는 감옥에서 자유를 향한 나의 갈망과도 같았다. 나도 제주의 어딘가에서 앤디처럼 인생의 후반부를 맞이할 수 있을까.
엄청난 노력과 자금이 뒷받침된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것이다. 그냥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부딪히니 문이 열였다고나 할까. 혼자였으면 절대 이루지 못했을 것도 같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또는 판교의 눈부신 야근 빌딩을 바라보며 인생의 덧없음을 간간히 깨달을 때마다 더욱 박차를 가했던 것도 같다. 코로나 기간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란 스스로 물음에 나의 제주집 앞마당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겠다고 답했다.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집을 짓는 것이 익숙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생에 집 한 번 짓기가 쉬운 일인가. 누구나 건축주는 처음이니깐. 집을 짓는 꿈의 과정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의 연속이었으면 했다. 삶에 파동이 있듯이 그 과정도 롤러코스터 같았다. 솔직히 고백한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같이 나에겐 힐링의 순간이 되기도 한 것 같다. 어느덧 나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 '도로시'가 되어 있었다. 나의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이 스토리는 집을 짓기 위한 지식을 얻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집을 짓기에 충분한 이론적 기술적 지식이 담겨 있지는 않다. 이것은 꿈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판타지는 아닌 지독한 현실 고증 리얼리티다. 건축 지식이 전무했던 판교 IT 직장인이 지난 10년간 제주에 나만의 공간을 짓기 위해 좌충우돌했던 그 과정의 기록을 통해 한 번쯤 자신의 꿈을 위해 세상에 도전하고 푼 사람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