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에는 재료비만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평당 건축비는 의미 없다’란 얘기도 많이 들린다. 건축주가 어떤 재료 어떤 콘셉트를 차용하느냐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이다.
처음 건축사 미팅을 할 때 예산을 물어보지만 당연 건축비를 예상할 수 없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이때 준비해 간 워너비 콘셉트 사진들을 보여주면 그때 비로소 건축사는 본인의 포트폴리오 사례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사례를 들어 대략적인 평당 건축비를 말해준다. 참 신기한 광경이었다. 물론 모든 건축사가 이렇게 자판기처럼 건축비를 말씀해 주진 않는다. 건축주의 예산에 맞는 설계를 하겠다는 분도 계셨고 정확한 건축비는 시공사랑 협의하라는 분도 계셨다.
내가 준비한 콘셉트 사진을 보고 건축사들은 모두가 평당 1000만 원 이상이 들 것이라 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책에 있는 내용과 현저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서관 책을 참고하다 보니 출판된 지 꽤 지난 책들이 많았는데 책이란 매체는 실시간으로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할 듯하다. 내가 본 책에는 평당 5~700만 원까지 다양했으나 건축사들은 입을 모아 최소 1000만 원을 이야기 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재비가 엄청나게 뛰었으며 인건비 또한 뛰었다고 입을 모았다. 더군다나 제주는 물류비가 추가로 든다고 하니 비용을 더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만나 본 한 시공사는 30평 정도 주택에 콘크리트 치는데 1억은 든다고 해서 적잖이 충격을 먹기도 했다.
“30평짜리 주택에 드는 시멘트 비용이 1억이라니!”
여기서 건축비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부 설계가 끝나고 시공사로부터 견적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세부적인 건축비 내역이 나와있다. 물론 직영공사와 종합건설사를 통한 공사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나는 여러 리스크를 고려해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종합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견적서를 보고 약간 당황했다.
일반적으로 공사비라 하면 자재비와 인건비가 거의 반반으로 보면 된다. 여기에 각종 공사 현장의 안전 등에 필요한 보험료가 10%가 추가되고 시공사의 이윤 10%가 추가된다. 다시 여기에 부가가치세 10%가 추가가 된다. 여기서 현타가 온 것은 공사비의 대부분은 재료비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 재료비의 비중보다 인건비와 간접비의 비중이 더 크다는 데 있었다.
공사비 = 재료비+인건비+간접비(재료+인건비의 10%)+이윤(재료+인건비의 10%)+부가세
즉, 평당 1000만 원이라는 말속에는 재료비 400만 원, 인건비 400만 원, 간접비 80만 원, 건설사 이윤 80만 원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가세 및 인허가비 등 각종 세금이나 설계비는 제외된 금액이다. 물론 직영 공사를 시행한다면 부가세는 내야하겠지만 간접비나 건설사 이윤은 재료비에 비례하여 올라가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견적서를 살펴보면 철근 콘크리트 공사비 1억여 원 중 재료비가 5천만 원, 인건비가 5천만 원이었는데. 재료비 5천 중에서 시멘트 비용은 채 2천만 원도 안되었다. 약 1.5천만 원이 철근, 나머지 비용은 거푸집 등 공사를 위한 부대비용이었다. 물론 간접비는 이 금액에 20~30%를 더 고려해야 한다. 즉, 총 철근콘트리트 기초타설 비용 1억 중 시멘트는 20%인 2000만 원정도였다.
여기서 공사비를 줄인다는 것은 재료비만이 변수로 작용한다. 즉, 재료비만 줄 일 수 있지 인건비를 마음대로 줄일 순 없다. 할 일의 양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재료비 100만 원을 줄이면 인건비는 고정이고 간접비 30%인 약 30만 원 정도가 추가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건축주의 딜레마가 시작되는데 면적을 줄이지 않는 한 줄일 수 있는 건 마감 재료비뿐인데 일반적으로 시공사 견적에 대해 협상과 ‘네고’를 하는 과정에서 건축주가 선택한 창호, 타일, 페인트, 가구 인테리어 비용 등을 놓고 우선순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낮은 가격의 재료로 다운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런데 눈물을 머금고 금액을 낮춰봐야 전체 공사비에서 재료비로 낮출 수 있는 한도는 매우 제한적임에 절망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