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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가 아닌 힐링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

by 애들 빙자 여행러

사실 제주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아내의 공감과 승낙이었다. 아내는 언제나 나를 존중하면서 많은 부분 동의해 주었지만 제주 건축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그 많은 건축비는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설령 집을 짓더라도 내려가서 살지도 않을 텐데 왜 무리를 해서 추진하느냐였다. 사실 아내의 동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나의 바람이자 로망의 실현임을 설득했는데 아내는 그건 알겠는데 그걸 지금 당장 추진하는데 회의적이었다. 나는 아내와 제주 땅에도 가보고 가족 제주 여행 때 관련자들도 만나면서 차근차근 마음을 열도록 하였다. 나중에 아내에게 언제 건축에 대해 마음을 열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몇 년 전 건축에 대해 물어보려고 아이들과 함께 옆집에 방문한 적이 있잖아. 거기에 쿠팡 배달이 오고 유치원 통학차량도 오는 것을 보고 여기가 오지는 아니구나 싶어서 집을 지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


때로는 작은 사유 및 현장감이 타인의 마음을 바꾸는데 의외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아내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나는 전체적인 콘셉트와 인허가 그리고 공사비를 담당하고 세부 디테일한 부분은 아내에게 일임했다. 특히 인테리어에 대한 부분을 전적으로 일임했는데 아내는 마다하지 않았다.


“블랙계열의 차가운 느낌보다는 따뜻한 밝은 색깔의 인테리어나 가구가 좋을 것 같아. 비용 이슈도 있으니 전체는 아닌 일부 포인트에는 좋은 원목을 사용했으면 해. 당신의 로망인 자쿠지는 관리 이슈로 히노끼를 깔 수는 없을 테고 이태리제의 히노끼 스타일 타일을 깔아주도록 하지. 힐링의 최고봉인 1인 암체어는 어떤 제품으로 할까. 한정된 예산에서 가장 알맞은 제품을 찾아봐야지!”


외국계 IT 기업을 다니고 있는 아내는 여기에 ‘사물인터넷 (IOT)’ 기능까지 도입하여 서울에서도 집을 제어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고민을 하였다. 아무래도 세컨드하우스가 된다면 원격으로 방범, 온도, 습도 등 공간을 원격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 부분도 나보다 훨씬 뛰어났다.


“중국산 제품들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우리나라 규격이나 시스템 연동에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국내 업체를 찾다가 괜찮은 업체가 있어서 장비 협찬을 해달라고 요청해 놓았어!”


아내는 이를 위해 부랴부랴 공간에 대한 우리 인스타 계정을 개설하여 집 짓는 과정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당시 팔로우 숫자는 한 자리 숫자였는데. 기대했던 협찬을 이뤄지지 않아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전투적인 모습은 결혼 전에만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아내 회사는 당시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진 듯 보였다. 많이 지쳐 있다 생각했는데 인테리어 관련 자료 수집이나 검토 때는 눈이 반짝거렸다. 많이 피곤해도 알맞은 콘셉트이나 자료를 검색할 때는 밤을 새우기 일 수였다.


고통스러울 것 같고 멀게만 보였던 제주의 프로젝트가 점점 구체화되어 가면서 우리는 이것을 통해 감히 해방감과 힐링을 느낄 수 있었다. 생활의 각종 현실에서 미래의 우리 보금자리를 꿈꾸며 설계하는 순간엔 다른 어느 걱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우리 집은 EBS의 ‘건축탐구 집’을 보고 건축 기법과 인테리어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됐다. 건축 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튜브에는 스스로 집을 수리하고 작은 공사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외장재 시행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단열재는 일체형인지 분리형인지. 전혀 몰랐던 건축기법 등을 우리 설계도와 비교하면서 무엇이 최신 트렌드인지도 비교해 보았다. 아이들과도 자신이 원하는 공간과 또 다른 대안인 제주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나 : “제주의 공간은 어떤 부분이 반영됐으면 좋겠어?”
초등 딸 : “동물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
중등 아들 : “잠을 자는데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당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으면 해”

물론 이들의 제안이 충분히 반영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많이 따랐다.


나 : “만약 우리가 제주로 이사 간 다면 기대되는 부분은 무엇이야?”
초등 딸 : “학원을 안 다녀도 되지 않을까. 방과 후에 바다에 나가서 놀면 좋겠어.”
중등 아들 : “제주에 학원이 없어? 놀거리가 많았으면 하는데”


경쟁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꿈을 실현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기회는 아이들에게도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한다.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남으로 이사 왔는데 강남의 학구열은 무섭기까지 했다. 최대한 강남의 시스템에 도전해 보겠지만 꼭 이 방식이 유일한 방식이 아님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특히나 이를 통해 꿈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남들의 기준에 맞춰진 삶을 사는 것보다 더 가치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서 구성원 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으며 가족이 함께 한다는 건은 무엇인지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사회가 하나의 방향으로 무작정 흘러가고 있을 때 우리는 한 발 떨어져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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