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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까

by 애들 빙자 여행러

누군가는 제주가 너무 멀어 무엇인가를 투자하기 무모하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제주까지는 항공으로 1시간 거리지만 공항까지 가는 시간, 보딩하고 짐검사하고 이런저런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렌터카를 픽업하는 시간까지 모두 합친다면 반나절이다. 그래서 제주를 한 번 가기 위해서는 커다란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할 정도인데 웃기는 건 제주에 내리는 순간 나는 새로운 세상에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그러한 스트레스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오로지 제주의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그래 오길 잘했어!


분단국가로서 남북의 차이, 서울의 강남과 강북 등 우리나라는 주로 남북으로 지역감정이나 차별을 주로 이야기 하나 제주는 동서 지역차이가 있다고 한다. 제주에서 흔히 들었던 것이 ‘동쪽 여자하고는 결혼도 말아라’란 얘기였다. 동쪽은 바람이 세고 땅이 척박하여 예전부터 서쪽이 훨씬 부유했다고 한다. 4.3 사건의 아픈 역사의 현장도 동쪽에 많았다.


얼마 전 제주 건축 현장을 방문 후 비행기 시간이 남아 동쪽으로 이동한 적이 있다. 제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은 최소 1시간 이상 걸리는 긴 여행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한라산으로 나뉘어 있듯이 동서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예전에 살던 동쪽은 동쪽 나름의 운치가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제주의 서쪽과 동쪽의 차이는 서쪽은 평평하고 농지가 많은 곳, 동쪽은 산세가 험한 숲이 우거져 있다. 깊은 곳에 들어가면 높은 침엽수가 마치 북유럽 감성이 나기까지 했다.


동쪽 중산간을 지나다가 코너에 쑥 들여진 곳에 위치한 한 카페를 발견했다. 사실 이곳은 내가 동쪽에 살 던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만원이 넘던 발효커피(한 잔 가격이 아니라 전통차처럼 계속 우려먹는다)를 내려주시던 주인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본인은 4년 전 내려와 천여평이 넘는 이 공간을 하나하나 가꾸고 있다고. 옆집의 도예공방엔 서울에서 은퇴하시고 내려오신 교수님께서 20년째 운영하고 계시다고 했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하고 행복하게 보였다.

조천4.jpeg 제주 구석구석 숨겨진 장소를 찾는 재미가 있다

물론 제주는 현재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한때 젊은이들이 이주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제주를 일구었던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고. 중국 등 제주의 부동산과 관광을 부흥시켰던 외국인들이 줄어들고 제주의 높은 물가들에 의해 관광객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제주에서 자리 잡고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에 산업시설이 부족한 제주에서는 어느 곳보다 도전적인 상황이다.


아직 나의 제주 프로젝트가 나의 보금자리가 될지, 비즈니스 공간이 될지 모르겠다. 제주에 머물면 머물수록 자꾸 욕심이 생긴다. 동쪽의 숲 속에 자리 잡은 우리 땅은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 그곳은 그곳 나름의 매력과 감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이번 소중한 경험이 미래에 어떤 기회를 가져다 줄지. 그러한 상상만으로 마음은 충만해진다. 제주의 서쪽이든 동쪽이든 각각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일단 주어진 우리의 와랑 스튜디오를 잘 가꾸고 즐겨야겠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가져다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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