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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허가 과정의 놀라운 발견

IT 강국의 이모저모

by 애들 빙자 여행러

일하기 싫은 세 분야


나는 20여 년이 넘게 일반회사에 근무하면서 ‘일하기 싫은 3가지 분야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그들은 S전자, (과거) 지상파 방송사, 공무원들로 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다는 점을 밝혀둔다.


일하기 싫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날로 먹으려고 하는데. 용역에 대한 적절한 대가나 비용 지불 없이 그저 조직의 명성이나 권한으로 ‘나 여기 직원이야’하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보고 싶지만 이곳의 주제와는 벗어나기에. 초년병 시절에 공공기관 영업을 한 적이 있었다. 전산 담당 공무원과 주로 업무를 추진하는데 당시에는 뒷돈이나 특별한 특혜를 요구한 적이 많았다.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이런 분야의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은 일단 스트레스였다.


이번 제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관공서와 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특히 공무원에 대한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 정말 달라졌다. 또한 건축의 진행과정 및 법인의 설립 등에 있어서 다양한 서류 처리 및 허가 업무 등이 필요했는데 가끔은 우리나라 IT 인프라 및 적용에 놀라곤 했다.


K-정부의 위상


첫째로 법인 설립 부분이었다. 우리 법인의 이름은 딸아이의 별명을 따서 지었다. 법인 설립은 법무사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셀프 설립을 도와주는 온라인 서비스가 존재했다. 물론 완전 셀프로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는 중기청 사이트가 존재하여 실제 수행해 봤는데 이곳은 스타트업에 특화되어 가족 법인 설립은 불가-미성년자 주주명부 등록불가-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등기를 도와주는 업체인 ‘마이빌드’를 소개받아 함께 진행했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


여기서도 큰 벽을 만났는데 나름 부동산을 기반으로 운영될 법인인데 신청 당시 소유한 부동산이 없을뿐더러 현재는 농지이기 때문이었다. 건축물이 없는 곳은 도로명 주소가 없었다. 모든 회사 관련 서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도로명 주소가 필수였다. 그리고 사업자등록증은 사무실 주소 및 임대계약서가 필수였다. 나는 도로명 주소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고 왜 임대계약서가 없는지를 앞으로 이 법인이 어떤 사업을 어떤 시간 순으로 영위할 것인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설득해야 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 그리고 이제는 수준 높아진 공무원님들의 수준에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법인등기가 잘 이루어졌다.


잊을 수 없었던 일은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을 발급받아야 등기를 설정할 수 있는데 면사무소까지 가지 않고 온라인에서 발급받으려면 도로명 주소를 입력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도로명 주소에 막혔다.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담당 공무원과 통화했는데 매우 친절했고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셨다. 정부 24 신청란에 근처 도로명 주소를 적으면 면사무소 담당자가 우리 지번으로 직접 변경해 주기로 했고 번거롭지만 다시 신청을 해달라고 했다.


도로명 주소 때문에 정부 24 콜센터 직원분과 우리 면사무소 담당자가 서로 직접 통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주셨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법인 등기 변동 사항 – 이사진 변경, 주소 이전 - 등 모든 것은 정부 인터넷등기소에서 셀프로 가능했는데 번거로운 뿐 어렵지는 않았다. 단지 그놈의 액티브 X(윈도 보조프로그램) 문제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십 년 이상 맥 OS기반으로 노트북으로만 업무를 수행하다가 이를 위해서 윈도 PC를 잠깐 사용했는데 정부 사이트를 다루긴 매우 불편하고 때로는 불가능하였다. 그럼에도 국세청, 법원, 정부 24 등 많은 곳에서 모바일로 다양한 서류 및 증빙을 실시간으로 출력할 수 있었다. 꼭 오프라인 현장에서 발급받는 서류는 '인감증명서'뿐으로 파악되는데 이것도 조만간 온라인화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공공기관의 IT인프라와 전산화 덕분에 제주에 직접 가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어 제주 프로젝트 추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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