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미래를 말하다
누군가 제주에 세컨드하우스가 있다면 취미 등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할 것이라 했다.
매번 좋은 경치만 보기엔 심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서도 무척 잘 지내는 편이라 걱정은 하지 않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특히나 4차 산업인 IT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가장 인간적인 1차 산업인 농업 그리고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
아직 와랑마을에서는 팔리지 않은 공용땅이 존재하는데 마침 농지들이라 바로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단지, 내가 직접 노동을 하는 일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리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최근 경제 이슈가 된 ‘레버리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내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브랜딩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협업을 할 수 있지 않을지. 이런저런 생각에 미치다 보니 농부의 삶 그리고 귀농귀촌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궁금해졌다.
정부는 농부 또는 농업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농지 1000평방미터 이상 농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1년 중 90일 이상을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
농산물을 1년에 120만 원 이상 판매하는 경우,
1년 중 120일 이상 축산업에 종사하는 경우( 4대 보험 다른 사업장에 가입),
농업회사법인이나 영농조합법인에서 가공. 유통. 판매에 1년 이상 된 사람.
그렇다면 농업인이 되면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일까.
농업인이 되면 낮은 이율로 시설투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와 함께 세금 부분이라 판단된다. 자료를 찾아본 바에 의하면 농사를 기업적으로 짓지 않는다면 농사를 통해 내는 세금은 일반 근로소득세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거듭 얘기하지만 개인적으로 농사를 지어 큰 이익을 얻지 못하는 산업구조에서 세금까지 일반적인 소득세를 낸다면 버틸 수 있는 농업인은 없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예전부터 농업인에 대한 각종 세금 혜택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해 보였다.
또한 농업인에 이은 농촌주택이란 개념도 조건에 맞는다면 각종 세금 혜택을 가지고 있다. 우리 와랑 스튜디오도 이런 농업주택에 해당될 수 있다면 향후 양도소득세 감면 등 많은 혜택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내가 활용해도 될지 등에 약간 혼란스럽긴 했다. 결국 당장 이것을 추진하기보다는 정말 내가 농업에 진심이라고 판단된다면 그때 다시 고민해 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요즘 이슈인 ‘스마트팜’ 분야도 관심이 있다. 농업인이 되고 농업법인을 설립하여 유치된 자금으로 스마트팜 사업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본다면 어떨까도 생각했다. 자급자족의 세계. 우리의 미래에 있어 식량의 자급자족, 건강한 먹거리는 최첨단시대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이슈일 것이다.
AI가 인간의 노동력과 전문성을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먹는다'라는 기본적인 산업 자체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농업 식량이란 분야를 연구하고 도전하는 일이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특히, 와랑 스튜디오의 남겨진 땅에 이런 실험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즐겁다.
이런 이야기를 건축가 대표님께 한 적이 있는데. 대표님은 내가 자꾸 제주에 투자하려고 한다며 제주 프로젝트는 와랑 스튜디오로 끝내고 서울의 핫한 플레이스에 더욱 재미있는 일을 꾸며보자고 하신다. 스마트팜이란 것을 굳이 제주가 아니라 서울에서 ‘시티팜’의 형태로 발전시켜 보는 것은 어떨지. 서울 가장 핫한 공간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미래 자급자족의 이슈는 지방이 아니라 메가 도시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누구나 자신이 먹을 야채와 채소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공동체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쯤 되니 건축과 교수님은 도시의 아파트 단지 화단에 굳이 예쁜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농사를 짓고 자기 단지의 쓰레기는 스스로 재활용하는 일은 미래에 필요한 사항일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집 한 채 짓는데 담론은 매우 광대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은 매우 많음에 놀라기도 한다.
은퇴 이후가 심심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