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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뚜렷해 집짓기 어려운 현실

건축과 친해질 수 있을까

by 애들 빙자 여행러

이 이야기를 쓴 주요 이유는 우리의 건설 현장이나 문화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분명히 있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건설산업의 이해관계가 없는 내가 바라본 현장은 '매우 폐쇄적이고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공급 중심적 모습'이었다.


나 같은 비전문가들은 발붙일 자리는 없었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굳이 건축을 수익창출이 목적이 아니라면 직접 하고 싶어 할 하등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이 산업 종사자들은 본인들이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큰 지식도 없는데 건축을 하는 내가 투덜대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전문가들은 일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을 수도 있겠다. 집 짓는데 그 정도의 노력도 없이 쉽게 할려니 어려운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돈만 있다면 전문가들이 다 알아서 해주니 뭐가 더 필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 집 한 채 지어보고 뭘 알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모두 맞는 말이다.


건축분야에 통합된 정보제공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분야라고 잘되어 있지는 않겠다. 내가 궁금한 사항은 설계 및 현장에 직접 물어보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찾아야 했는데 특히나 인터넷의 자료는 적용방식 등에 대한 상이한 내용도 있었던 것 같고 동영상 사이트에는 셀프 집짓기 내용이 대부분이다 보니 목조주택 내용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쓰고 보니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긴 하는데. 시장이나 고객이 확대하고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능동적으로 지식을 축적해야만 하는 이러한 방식이 계속되는 한 업계의 결연한 의지가 없다면 확장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계속 들긴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믿어야만 하고 이것이 맞는 것인지 언제나 의심해야만 하는 현실이 나랑은 잘 맞지 않았다.


제주 프로젝트는 감리 없이 진행되었다. 일단 60평 이하의 건물은 필수가 아니었고 나에겐 제주도 감리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의 대표님이 인간적으로 현장과 소통하며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혼자서 이렇게 무리 없이 공사를 끝내지는 못 했을 것이다. 현장이 제주이고 감리도 없다 보니 부실공사 등 뭔가 문제가 없을지 초반엔 걱정이 앞섰다.


최근에는 부실공사의 위험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정부의 준공검사 기준이 상당히 세밀하고 엄격하여 건설자재를 빼먹거나 기준 미달의 제품을 몰래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오히려 그런 것을 조작하는 것이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고. 제품의 증빙 그리고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을 준공 및 사용승인 과정에 제출해야 되기 때문에 건물의 내부 구조 차원에서의 문제는 어느 때보다 안심해도 된다고.


기술의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문제는 디테일인데 이것이 건축의 차이를 만드는 걸로 보였다. 즉, 현장에 어떤 사람들이 투입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시공사 계약시점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예측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변수가 많아 보였다.


건축가 대표님은 우리나라의 건축문화의 특성에 있다고 하셨다. 우리 건물 건축의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재료를 많이 사용하고 이는 현장에서 물을 섞어 시멘트를 배합하고 말리는 과정인 ‘습식’ 방식의 건축 문화라 했다. 이는 매우 고비용인데 인력이 많이 들어가고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이라고. 해외에서도 자금 여유가 많은 부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건식’은 대부분 큰 공장에서 자재들을 제작하여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인데 이런 방식이라면 건설 기간도 축소되고 자재들이 표준화되어 있어 디테일의 차이가 크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4계절이 뚜렷한 기후라 난방이나 단열 그리고 창호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바로 건식방식을 적용하긴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한 겨울과 한 여름의 팽창과 수축을 버텨야 하는 재료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례가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방식이 옳다고 하긴엔 무리다. 어떤 방식이 맞다고 속단할 수 없지만 재료가 발달하여 건식방식의 건설이 보다 대중화된다면 비용적인 부분이나 접근성 부분에서 좀 더 발전이 있지 않을까.


우리의 주거환경, 도시발전, 생활패턴과 환경 그리고 국내외 시공방식의 차이 등 건축 문화 그리고 새롭게 도전해 볼 만한 과제 등 좀 더 다양한 주제에 대해 궁금했지만 그런 자료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내 주변의 건축과 교수님이나 소장님들에게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수많은 동영상에는 셀프집짓기 건축주들의 성공담이나 예쁜 집들을 소개해주는 내용만 넘쳐났다. 간혹 건축가들이 모여서 여러 이슈들에 대해 논의하는 채널도 있긴 했지만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진 못 했다.


건축 쪽의 셀럽이라는 홍익대 건축과 모 교수님의 내용을 좋아했던 것 같다. 매우 폭넓은 지식과 호기심을 채워주셨지만 뭔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나는 교수님이나 대표님께 우리도 채널을 만들어보자고 가볍게 말씀드렸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셨다. 아마도 업계 내부 사람들이나 문화를 비판해야만 하는 부분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분위기도 아쉽게 느껴졌다.


글로벌한 세계적 건축가는 해외 그리고 가까운 일본에도 많았지만 우리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젊고 기대되는 건축가가 대중적으로 더 많이 나와야 보다 건축이 친밀해질 것 같은데 건축가들이 조금은 매체나 미디어를 어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러한 지식을 사전에 내가 좀 더 접할 수 있었다면 건축을 하기 전에 보다 근본적이고 다양한 고민을 더욱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건축은 재활용이란 것은 없고
언제나 새롭고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
매우 즐거우면서도 고달픈 현실이다


AI의 시대. 건축은 표준화되고 자동화되는 세태에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일까. 아니면 AI가 설계하고 바로 3D프린트와 로봇이 집을 짓는 미래가 펼쳐질 영역일지.


'집짓기'라는 공간 프로젝트는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이 아니라 언제나 아쉬워 또 한 번 도전하고 싶은 그 무엇이었다. 다시 도전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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