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차
2016. 10. 6.
식빵을 입에 물고 오전부터 탄산온천으로 간다. 702번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놓친 덕분에 중간에 슈퍼에서 돼지바를 사먹을 수 있었다. 암바사 색의 미온탕에서 참을성있게 몸을 불리다가 탄산온천 원수에 들어가니 온 몸이 조금 따끔따끔하다. 물에 잠긴 몸에 기포가 마구마구 들러붙는다. 톡 건드리니 탄산들이 요동치면서 뽀글뽀글 수면으로 올라온다. 내 몸이 통째로 사이다에 들어와있는 것 같아서 무지 신기하다. 노천탕도 있대서 가보려했는데 직원 아저씨가 황급히 나를 말렸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아하.
배고파서 온천 내에서 비빔밥을 사먹었다. 흔한 비빔밥 재료들 사이로 다이어트를 심하게 한 양파 같은 게 보였는데 그 정체를 식당 아줌마한테 물어봤다가 몸에 좋다고 많이 먹으라고 혼났다. 안 먹는다고 안 했는데 왜 혼났는지 모르겠다. '양하'라는 이름의 그 식물을 사실 먹기 싫었는데 고추장 맛에 의지해 와구와구 씹어먹었다.
지난 번에 외돌개갔을 땐 혼자라서 먹지 못 했던 두루치기를 이웃게하 형이랑 먹으러왔다.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가게 안을 둘러보니까 14년에 바보들이랑 왔던 곳이다. 빨리 종강해서 바보들이 면회를 왔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점심 시간에 왔어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5시가 안 된 이 시간에 저녁을 먹으러 와서 그런지 공간이 매우 여유롭다. 텅빈 식당의 센터에 자리를 잡고 밥까지 볶아먹었다.
긴 외출을 끝내고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러 나왔다. 매일 달리기를 해서 폭싹 날씬해지고 싶었는데 앱을 켜보니까 유배지와서 다섯 번도 안 뛰었다.;;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는 날은 빼고, 달리면서 보는 이 시간 하늘은 변함없이 이쁘다. 그래서 달리다가도 몇 번 멈춰서서 하늘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의 고삐풀린 처묵처묵을 반성하는 맘에 옥상에 올라가 푸쉬업도 했다. 중요한 건 내일도, 모레도 하느냐인데 나란 놈을 못 믿겠다.
녹취 좀 풀다가 자려고 누웠다. 오늘 하루도 끝!!
이날 줄 알았는데 도미토리 안을 가득채운 코골이 2중주에 정신을 빼앗겨 아직 잠을 못 자고 있다. 어둠 속에서 벌스와 훅을 사이좋게 주고 받으며 쉼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하모니를 가까이에서 감상하다보니 저러다 코가 터져버리는 게 아닐까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