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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Sep 20. 2023

AI의 호수vs 진짜아이의 호수



아이들과 여행기를 쓰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이 시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장소에 대한 글을 써도 일기의 형식일 때와 시를 쓸 때에 나오는 아이디어와 표현들이 다르다. 각자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 그것을 그대로 옮겨놓는다. 같은 호수에서 놀다 왔는데 연우의 호수는 물놀이를 해서 신이 나 반짝이고, 지민이의 호수는 햇빛의 도움으로 반짝인다. 연준이의 시원한 호수는 뜨거운 해와 원수지간이다.



신이 나서 반짝이는 호수

-연우

호수는 왜 생긴 걸까?

반짝반짝 빛나려고 생긴 걸까?

물놀이하라고 생긴 걸까?

아니면 물놀이를 해 신이 나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걸까?

첨벙첨벙 시원하게 호수에서 물놀이

역시, 시원하라고 호수가 생긴 걸까.




햇빛의 도움을 받아 더 아름다운 호수

-지민

안녕, 아름다운 호수야

물빛이 반짝 반짝이는 호수야

너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니?

내 생각에 넌 햇빛을 받은 것 같아

안녕, 아름다운 호수야

나는 가야 돼 아름다운 호수야

다음에 또 만나




뜨거운 해와 맞서는 시원한 호수

-연준

첨벙첨벙 논다

해 때문에 더워 죽을 것 같다

물 덕분에 살았다

물은 왜 시원하고

해는 왜 뜨거운 걸까

둘이 원수인가 보다

겨울에는 해 덕분에 따뜻하고,

여름에는 물 덕분에 시원하다.



아이들의 시를 보다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Chat GPT에게 '호수와 물놀이'를 주제로 시를 써달라고 했다.  그동안 주장하는 글이나 찬반 토론의 형식을 띠는 글을 써달라고 했을 땐 꽤나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시는 몇 번을 고쳐서 써달라고 해도 아이들 특유의 천진난만함과 의외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호수로 뛰어가 물놀이할래,

물줄기에 타고 신나게 미소 지어.

물방울 튀면 우리도 신이 나요

호수물은 차갑지만 행복하죠!


수영복 입고 발로 헤엄쳐보면,

물살 따라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물줄기를 타면 얼음물 같지만,

친구들과 함께니까 따뜻해요!



 GPT가 몇 초 만에 써낸 여러 개의 시와 아이들의 시를 번갈아 읽어 본다. 직접 경험하고 본 그 느낌을 쓴 진짜 아이들의 시와 데이터를 습득하여 쓴 AI의 시. 시의 운율과 형식은 AI가 더 뛰어날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경험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들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도 AI가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사람과 경쟁하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과 로봇과도 경쟁하며 살아야 할지 모를 아이들이 더 많이 놀며 경험해야 하는 이유를 아이들의 시에서 배운다. 신이 나서 반짝이는 호수처럼, 아이들도 신이 나야 반짝인다.





브런치 매거진 Run, learn

반서연(만 11세), 조연준(만 10세), 최지성(만 10세), 최지민(만 10세), 조연우(만 9세), 반승우(만 8세), 6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행일기를 쓰며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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