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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Jul 27. 2023

부족함에서 얻는 만족

Island Park, Wander Land



분명 40도에 육박하는 한 여름을 달리고 있었는데, 반바지를 입은 채, 차에서 내려 마주한 바람은 한 겨울이다. “그래, 이래야 기억에 남지." 누군가 던진 한 마디에 웃음이 터진다.



밤에는 쌀쌀하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추울 줄이야. 입김이 절로 나오는 밤, 난방 기기가 없다는 사실에 좌절해야만 했다. 야생동물들이 텐트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실내에선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현실에 두 번 좌절했지만 상황을 탓하는 사람 하나 없이, 각자의 역할을 찾아 급하게 불을 피우고, 덜덜 떨며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밤 9시가 되도록 저녁도 못 먹어 배가 고프고,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지만 아이들은 더 신나는 모습이다. 배가 고프다고 투덜거릴 법도 한데, 노느라 배고픈 것도 잊은 것일까. 하긴 먼 길을 오느라 8시간을 차 안에만 있었으니, 얼마나 뛰어놀고 싶을까.


©반상규


그게 어디 있더라?

“우리 버너 어디 있지?”, “토치 보셨어요?”, “양념이 어디 있더라?” “아! 그거 안 가져왔나 봐.” 첫날 저녁준비를 하며 서로 나눈 대화의 절반은 물건 찾기. 거의 한 달 가까운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차에 욱여넣어 왔더니, 짐을 다 내리지 않고선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루 머무는 이곳에서 짐을 다 내리는 수고를 덜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들로만 저녁준비를 시작한다. 그리들에 비해 너무 넓은 화로의 크기는 주변의 돌을 쌓아 맞추고, 찾지 못한 물건들에 대한 미련은 버린 채 고기를 굽고 밥을 짓는다.



허기가 최고의 반찬

춥고 배고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후, 허허벌판  한가운데서 찬 바람에 덜덜 떨며, 모닥불 하나에 의지해 저녁식사를 시작한다. 바닥이 조금 탄 밥이지만, 반찬은 없지만, 금방 식어 차가워진 고기지만 아이들은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는다. 볶아준 밥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실컷 뛰어놀고 배고플 때 먹은 따듯한 밥을 대신할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 무엇이든 배고플 때 먹어야 맛이 있다. 이렇게 잘먹는 아이들이었나 하고 생각해보니, 끊임없이 먹을 것을 주며 배고파지는 순간을 기다리지 못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충분히 배가 고파지게 하는 것 또한 부모의 몫이란 걸 깨달으며, 나도 고기 한 점을 먹어본다. 그 후 캠핑을 다니며 고기를 구울 때면 이 고기가 진짜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고기 잘 고르는 서연이 엄마가 골라서, 그 마트 고기가 진짜 싱싱해서 등 여러 의견이 있지만, 나는 안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어서 더 맛있던 그 고기맛의 비밀을.







저녁이 되자 우리는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잘 시간이 되어서야 조용해졌다. 우리는 행복하게 잘 잤다. 내 기분은 완전 perfect였다.
- 지민


©반상규



연우

글램핑장은 아주 추웠는데 잠바가 없어서 더 추웠다. 텐트 안에는 깨끗해서 좋았다. 앞에는 아주 넓어서 뛰어놀 수 있었다. 저녁으론 고기를 먹었다. 고기는 맛있었다. 나는 고기를 먹고 나서 먹은 김치볶음밥이 제일 맛있었다. 왜냐하면 따듯하고, 치즈가 늘어났고, 밥 밑에 누룽지가 바삭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집에서 해준 것보다 더 맛있었다. 원래는 서연이 언니랑 지민이 언니랑 같이 자려고 했는데 따로 자서 슬펐다.



지성

우리는 wander camp라는 곳에 도착해서 몽골 텐트 같이 생긴 곳에서 잤다. 겉에서는 엄청 추워 보였는데, 꽤 따뜻했다. 밖은 초원 같아서, 축구와 농구를 하며 놀았다. 그리고, 노을은 너무 예뻤다. 그런데 밤이 되어서 그런지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았다. 높이가 높아서 그런가 보다. 고도가 1961m나 된다! 집에 와서 구글(Google earth)을 찾아보니, 우리 집은(…. Vancouver Mountain….) 겨우 135m 밖에 안 됐다. 왠지 기분이 안 좋다. 집 주소에 Mountain까지 들어있는 우리 집이 지다니! 하지만, 옐로우스톤 고도가 높아서 할 말이 없음. 패배 인정!



추웠지만, 아름다웠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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