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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Oct 29. 2020

공사계약을하라고요?(1)

공고&입찰(1)

내가 실장이 된 이후로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가 바로 공사였다.

교육청이 발주한 외벽공사와 우리 학교가 발주해야 할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

어찌어찌 교육청이 발주한 외벽공사는 진행이 되어 이제 한 달이 되어가고 아직도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왜?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처음 내가 우리 학교에 왔을 때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비로 잡혀 있는 금액은 이미 1인 수의계약을 넘어선 금액이었다. 어차피 나라장터에 공고를 띄워 입찰을 본 다음 낙찰자를 선정해야 할 금액이었는데, 여러 교직원의 희망사항이 거기에 덧붙여져 학교 규모 대비 엄청 큰 금액이 들어가는 대공사가 되어버렸다.



여기서 잠깐. 용어 설명을 좀 하고 넘어가자면..

1) 수의계약: 수의계약이란 경쟁계약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2) 나라장터: 조달청의 국가종합 전자조달시스템이다.

3) 입찰공고: 입찰에 관한 정보를 공지하는 내용의 문서.


어느 정도의 대공사였냐면, 도서관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여러 학교에 전화해 본 결과 다들 1인 수의계약 금액의 한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진행을 하는데 우리 학교는 조금 과장해서 그 두배 정도의 공사비를 투자하기로 최종 결정이 난 것이다. 결정이 났으니 실행을 해야지. 그런데 어떻게 실행하지? 초짜 실장 또 제대로 멘붕 왔다.


그래서 남편을 포함한 이미 나라장터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문의하니 일단 나라장터에 가서 다른 학교에서 올린 공고문을 검색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정말 두려운 마음으로 들어가 본 나라장터 국가종합 전자조달 시스템 홈페이지. 우와, 진짜 화면만으로도 [어. 려. 운. 곳.]이라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고 있는 나라장터.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과감히 검색 시작. 그런데 여기서 초짜 실장, 첫 번째 난관에 부딪히다.


나라장터에는 정말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수많은 공고문이 올라와있었다. 그중에는 공고가 진행 중인 것도 있었고 개찰이 완료된 것도 있었는데, 문제는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 공고문이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 공고 문중에서도 이왕이면 우리 지역 어떤 학교에서 비슷한 금액에 올린 공고문을 찾고 있었는데, 이번에 예산 지원받은 학교들이 다 수의계약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5페이지 10페이지가 넘어가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마음이 간절하면 하늘에 닿는 법. 포기하지 않고 이래저래 키워드 바꿔가며 검색도 해보고 15페이지 16페이지 넘어가고 있는 차에, 두둥! 운명과도 같이 다가온 우리 지역 어떤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 공고문. 기초금액이 사실 우리 학교의 (조금 과장해서) 두배 정도 되긴 했지만, 어쨌든 찾았다!

(기초금액: 발주처에서 조사한 당해공사의 공사금액, 부가가치세 포함 금액)


자, 이제 찾은 공고문을 기초로 우리 학교 공고문을 만들어볼까. 가장 기초적인 학교명 바꾸고, 금액, 기간 등등을 바꾸고 나니 뭔가 엄청난걸 내가 해낸 느낌.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면 무언가 자꾸 마음에 걸렸는데, 그건 내가 공고문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공고문을 다 인쇄했다. 그리고 비장한 마음으로 연필을 들고 한줄한줄 읽어 내려가기 시작. 음~ 뭐~ 어렵지 않네~음..... 음? 초반에는 공사 기초적인 내용을 적게 되어있어서 쉽게 쉽게 내려갔는데 읽어 내려갈수록 하도급이 어쩌고저쩌고, 낙찰하한율이 어쩌고저쩌고, 산업보건안전관리비가 어쩌고저쩌고. 영 알 수 없는 용어들이 정말 인정사정없이 쏟아졌다.


솔직한 마음으로 이 공고문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작성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냥 대충 올리자.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인터넷에 검색 시작. 우리나라 좋은 나라. 역시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다. 찾아보고 찾아보고 또 찾아본 결과 공고문의 내용을 대충 이해할 수 있게 된 초짜 실장은 이제 결제를 맡는다. 공고문을 올리려면 우선 공고문을 이렇게 올리겠다고 관리자(교장)에게 결재를 맡고 공고번호를 따야 한다. (이것은 거의 모든 공고문에 해당한다.)


꽤나 엄청나게 꼼꼼한 교장선생님께서 이것저것 물으실까 긴장하며 결재가 나기를 기다리는데, 이게 웬일? 한방에 결재! 하긴 그동안 그렇게 많은 회의와, 상의와, 대화를 거쳐서 정해진 모든 것의 집합체인데 여기서 더 물어보면 그건 반칙이지. 그렇게 결재가 나고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바로 나라장터에 입찰공고 띄우기. 싸우자 나라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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