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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12. 2022

미리 선물 받은 크리스마스

지난주 금요일 한 동료분이 물었다.


"실장님, 월요일 출근해요?"

"네, 출근하죠."

"다행이에요. 출근 안 할까 봐 걱정했어요."

"출근해야죠"


지난주까지만 해도 우리 학교에 코로나 환자가 급증해서 묻는 질문인 줄만 알았다. 혹여나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못 나오면 아무래도 학교 회계가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고 봐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나에게 출근여부를 물어본 진짜 이유를 마주했다.



출근을 하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 업무 중 유독 수많은 직원들의 협조가 필요한 "학운위"를 위해 예산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참 정리하고 있는데 안 맞는 부분이 있어 담당 선생님과 계속 통화하고 예산서를 한번 더 보고, 또 이상해서 또 전화하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녀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손에 엄청 큰 봉지를 들고 있었다. 봉지가 투명해서 안이 훤히 보였다. 풍선이었다. 내 자리로 성큼성큼 다가온 그녀는 그 큰 봉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실장님 이거 받아요."

"이게 뭐예요?"

"이거 풍선인데 한번 꺼내볼게요."


그녀가 꺼낸 풍선은 누가 봐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든 모양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빨간색과 초록색 무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에 칭칭 전구까지 둘러져있었다.


"내가 주말에 쉬면서 이틀 동안 다른 분 선물 만들어주면서, 실장님 생각이 나서 하나 더 만들었어요. 집에 애들이 있다면서요~"


얼떨떨했다. 나를 위해 이 것을 만들었다고? 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고마운 마음보다 갑작스럽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온몸을 휘감았다. 어떻게 이 선물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할지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누군가에게 빚지고 못하는 성향이 예외 없이 발현된 것이다. 나의 당황스러움을 보았는지 그녀가 말을 꺼냈다.


"안 힘들었어요~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나 이런 거 잘한다고 말했잖아요~"

"세상에, 너무 감사해요. 사실 저희 집에는 그동안 한 번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없어서 애들이 트리 해달라고 노래 노래를 부르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이거 한 달은 갈 거예요~내가 걸어봤었거든. 지금부터 걸면 12월 다 갈 때까지 버틸 테니까 걱정 말고~ 사실 트리 사면 나중에 쓰레기 되고 짐 되는데 이건 그냥 터트려버리면 되니까 더 좋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전구 한번 켜보자고 풍선을 꺼내서 코드를 꽂았다. 반짝반짝. 풍선을 휘감고 있던 전구가 반짝였다. 사무실이 환해서 생각보다 빛을 발하지는 못했지만 크리스마스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퇴근 40분 전, 대형사고를 쳤다. 평소에 수백 번을 누르던 자판을 잘못 눌러 말 그대로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수습하기에는 모자란 시간. 결국 내일을 기약하고 컴퓨터를 끄고 커다란 풍선을 들고 차로 향했다. 남들이 보기 전에 차에 갖다 놓고 싶었다. 보는 사람마다 물어볼 텐데 일일이 답하기에는 금방 전 내가 내 손으로 만든 실수 때문에 기분이 영 아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선 집. 풍선이 눈에 띄었다. 가볍디 가벼운 풍선도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의 끝. 집에 들어서니 아이가 코드를 꽂아보자고 아우성을 했다. 그래서 온 집안에 불을 끄고 코드를 꽂았더니. 와. 풍선장식 하나로 우리 집에 크리스마스 기운이 가득 찬 느낌이었다. 확실히 어두운 곳에서 풍선을 휘감고 있던 전구들은 그 빛을 한껏 내뿜었다.


둘째 아이는 환호성을 질렀다. 신기하다며 전구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그래 이거면 됐지. 내 아이가 이렇게 행복해하는데. 수습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내일 가서 조금 더 바쁘게 움직이면 되지 뭐.



그나저나 너무너무 감사한데 무얼로 보답해야 할까. 일단 내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사진을 보여드려야겠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려야겠다. 크리스마스를 미리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덕분에 한 달 내내 크리스마스처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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