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를 말하며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면서 방글방글 웃으며
조금은 바보 같지만, 달리 보면 사람이 너무 좋다는 소리 들으며
그렇게 살고 싶다.
승진을 미친 속도로 하든,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든
그래봤자 다 죽음으로 가는 여정일 뿐인데
아등바등하지 말고, 기싸움하며 진빼지 말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에 만난 내 앞에 사람과
웃으며 얘기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서로 채워주고
조금은 융통성 있게, 가끔은 알고도 보고도 모른척해주면서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난 뭐가 무서운 걸까.
내가 결국 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과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니,라는 말 사이에서
중심을 못 참고 목소리만 키우고 계시는
내가 한때 존경하고 유일하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분은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본인의 소신만은 굳건히 지키고 있는 듯한데
나는 가슴 가득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이 사람 눈치도 봐야 하고, 저 사람 눈치도 봐야 해서
눈동자만 바쁘게 돌리고 있고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고
풀리지 않는 문제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그 자리에서 썩어가고 있고.
차라리 쿨하게 난 못하겠으니 이만 퇴장하겠소, 와 같은 자세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지만 그조차도 하지 못하니
한결같이 피곤하고 버거운 이 일상은 언제까지 나를 쫓아다닐까.
말 그대로 암담하다.
오늘도 이 지긋지긋한 하루가 끝나간다.
품을 수도 없고 껴안아서도 안 되는 문제를 남기고.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나를 덮쳐버릴 일들을 남기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