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스타트업 대표가 바라보는 2018 자영업 시장
자영업자들에겐 최악의 한 해로 보일 2018년이 지나가고 있다. 최저임금만 이슈화되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그보다는 불황의 그늘이 더욱 커다랗게 느껴진다. 쉽게 말하면 장사가 정말 안된다. 작년보다 매출이 떨어지지 않은 가게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매년 있던 유행 프랜차이즈도 올해는 잠잠하다. 매출은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오르고 식재료 값도 오른다. 판매가를 올리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매출이 빠지는 상황에서 판매가를 올리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소리. 내가 가격 올려서 고객이 옆 가게를 가기라도 한다면 정말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을 맞닥드리게 된다. 대출규제도 심해져서 돈을 구할 곳도 없으니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체 자영업자에게 2018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폐업 vs 창업 비율 역전
2016년 기준 창업 120만, 폐업 91만으로 언제나 창업자가 폐업자보다는 비율이 높았으나 2018년 최초로 역전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균 80만 정도를 유지하던 폐업자 수가 90만을 넘은 것에 주목해야 하며 2016년 통계라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현재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대출 규제로 더 이상 버지 티 못하고 폐업을 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예비 창업자의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창업을 주저하고 있어 창업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또한 곧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권리금 및 중고 기기 가격 하락
권리금과 중고 기기는 정해진 가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와 공급자의 협상에 따라 정해진다. 사업을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그 자산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사업 정리 서비스를 하는 리빌드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거래되는 것 기준 권리금은 1년 전에 비해 30~40% 떨어졌다. 실제 체감하는 하락세는 더 큰데, 중고기기는 아예 업체가 매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방송에서 중고 기기 매입 업체가 폐업을 하는 경우가 나왔는데 그것이 현실이다. 살 사람이 없으면 중고의 가격은 심각하게 떨어진다.
장사가 안 되는 가게가 많으니 월세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맞다. 언젠간 그렇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전에 권리금이 크게 떨어지고, 공실이 늘어나고 가장 마지막이 되어서야 월세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을 끼고 상가를 산 사람들에게 금리인상은 곧 상가주의 수익과 연관되는 일이라서 과연 얼마나 떨어질지...
* 무너지는 강남, 노른자 상가도 '텅텅' (리얼캐스트)
사업자 운영 비용 증가
사업자의 세금에 대한 압박이 상당히 강해졌다. 또한 최저임금의 강조는 직원을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물론 사업자의 의무이지만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지키지 않던 4대 보험 등록을 직원의 요구에 의해 가입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단 하루를 일한 아르바이트생이라도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벌금 30만 원이다. (예전엔 첫 신고는 훈방(?) 처리가 되었으나 지금은 바로 벌금이 나온다고 한다) 건물 화재 사고 등으로 유독 소방 점검이 강화되었고 쓰레기 분리수거는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하지 않던 것들을 하게 되면 모든 것들이 비용으로 느껴진다.
프랜차이즈, 최악의 시대
2018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유행 아이템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년 찜닭, 버블티, 와플, 번, 과일주스, 카스텔라, 핫도그 등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도하는 아이템들이 나타나서 1년에 수십 개의 본사가 생기며 천 개가 넘는 매장을 오픈하고는 했는데 올해는 그런 아이템이 전혀 없다. 대만 카스텔라의 몰락 사례에서 고객이 이제는 유행 아이템으로 보이는 창업을 하지 않는 것도 이유일 테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어려워진 상황의 영향도 있다. 공정위의 권고에 의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수익도 공개해야 하고 가맹점 리모델링을 할 때는 돈도 함께 내야 한다. 그간 잘못된 관행으로 참 나쁜 본사들이 보인 행태들에 의해 프랜차이즈는 나쁜 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래서 고객도 프랜차이즈 하면 갑질의 원형으로 인식하며 프랜차이즈 창업을 피하고 있다.
정직하게 열심히 하던 프랜차이즈 본사도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영웅이 나타나는 법이니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업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스타 자영업자의 등장
불황은 모두가 힘든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힘들고 소수는 이전보다 더욱 커다란 성공을 얻는다. 식음료 브랜드의 경우 기업이나 프랜차이즈형 모델을 고객들이 선호하지 않으므로 소위 '힙'한 브랜드들이 스타로 떠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2017년 50개의 매장으로 7천억의 자산가치로 네슬레에 인수된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커피'역시 월세 60만 원 창고에서 시작한 자영업자였으니, 이런 브랜드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또한 불황일수록 보다 검증된 곳에 돈을 사용하고 싶어 하며 동네 개인 카페를 갈바에는 편의점 커피를 마시고 주말에 을지로에 가서 인스타에서 핫한 가게를 가는 것이 현재 소비 트렌드에 가깝다.
전문점의 부상
이건 너무 뻔한 이야기이지만 식재료를 주인공으로 하는 브랜드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페(공간)가 아닌 커피(재료)에 집중한 블루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 아보카도를 주인공으로 하는 아보카 데리아(Avocaderia), 쌀을 주인공으로 하는 아코메야(Akomeya)등의 부상은 이를 증명한다. 이제 더 이상 한 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김밥천국을 고객이 선호하지 않는다. 하나의 재료를 주인공으로 매장을 만들면 스토리가 명확하고 해당 식재료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 비교적 차별화를 쉽게 만들 수 있으며 경험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팬덤을 만들 수도 있다. SNS에서 쉽게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배달 고민은 필수
배달의민족이 치킨집의 매출을 높여주었을까? 치킨 시장 전체의 축소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잘 이용한 매장을 제외하고는 매출이 분명 떨어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에 배달이 되는 메뉴는 피자, 치킨, 중식 정도였지만 배달 어플을 통해 배달이 안되던 메뉴들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고객은 좋지만, 해당 업종에 종사하던 자영업자는 이전보다 많은 경쟁자들이 생긴 것이다. 필자는 쌀국수를 좋아하는데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가게로 가지 않고 배달을 시켜서 먹는데 전용 포장 용기에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월남쌈의 재료에 맞추어 주문 제작한 용기였는데 대형 프랜차이즈라 가능했겠지만 배달을 주요 매출의 일부라고 인정했기에 용기를 별도로 개발했을 것이다.
식음료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배달 여부에 대한 선택이 필수가 된 시대이다. 3년 전까지의 성공 방식은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창업 컨설팅으로 유명한 분들의 상당수가 40대 중반 이상인데, 이런 시대의 흐름을 정말 제대로 짚고 있는지 의문이다)
반면 큰 기회이기도 하다. 배달을 원하는 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품 개발과 브랜딩에 성공한다면 임대료 등의 고정비를 줄이면서도 크게 성공하는 가게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사업 정리 컨시어지 서비스 리빌드(www.re-build.me)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폐업과 재기를 고민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론칭 후 지난 1년간 시장을 경험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올해 자영업 시장의 흐름을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른 글들에 비해 이번 글은 생각의 흐름대로 가볍게 쓴 글이니, 개인적인 의견이라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