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공식, 궁금하지 않으세요?
통섭의 시대, 융합의 시대를 맞이해 어제의 전문성이 내일의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불안한 뉴스들이 포털 메인을 장식한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디자이너인 저도 마케팅이나 개발을 배우고 있는 요즘, 비 디자이너인 사람들도 기본적인 디자인 능력을 갖추길 원하는 니즈를 발견합니다. 단 하나의 전문성만으로 먹고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관념어입니다. 따라서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르죠. 개념을 먼저 정의하기 위해 저는 디자인을 크게 두 파트로 나누겠습니다. 하나는 ‘설계' 파트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표현' 파트이며 아이디어를 실제로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다룹니다. 디자인은 ‘설계'와 ‘표현' 모두 중요합니다만 실무에서 당장 써 먹기 좋은, 그리고 누구나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스킬이 바로 후자인 ‘표현’ 파트입니다.
‘상품’을 통해 표현을 하면 제품 디자인, ‘옷’을 통해 표현하면 패션 디자인, ‘매체’를 통해 표현하면 앞으로 주요하게 다루게 될 정보 디자인이 됩니다. 용어 사용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서술할 예정이지만 이렇듯 디자인의 표현 영역에서도 세부적으로 파트들이 나뉘어 집니다. 따라서 제가 지금부터 말하게 될 디자인이란 단어는 정보 디자인 영역, 그 중에서도 표현 파트에 한정함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ppt 문서, 홍보물, 썸네일, 책,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서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한 정보 디자인은 비 디자이너라도 활용할 수 있는 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필요성을 느껴 디자인을 배워보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한 번쯤은 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툴부터 배워야 하나? 썸네일 만들기부터 배워야 하나? 파워포인트부터 배워야하나? 유튜브로 배워야 하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들/ 짧은 호흡의 강의 영상들은 너무 방대하고 단편적이어서 디자인의 본질적인 알맹이를 배우기 쉽지 않습니다. 일단 툴이라도 알아야 뭐든 만들어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포토샵이나 파워포인트 정복하는 방법’ 영상을 보며 따라해 보긴 하는데, 내가 새로 뭔가를 만들어 보려고 하면 백지 상태가 되어 버리지 않았나요?
이 고민은 제가 디자인을 처음 배우던 이십대 초반에 했던 고민들입니다. 저는 시각 정보 디자인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을 정말 못 했습니다. 전공을 했다고 하면 처음부터 잘 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비전공자만큼 디자인을 못 했습니다. 심지어 디자인이 뭔지 별로 관심도 없었어요. 아이디어를 발상하고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획 과정, 앞서 말한 ‘설계 파트'만을 즐겼었거든요. 한편으로는 포토샵을 할 줄 알게 되면 그저 ‘포토샵꾼'이 되어버릴까봐 내심 두렵기도 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지 않다는 믿음이 툴 공부를 거부하는 힘이 되어주었달까요? 강한 믿음의 결과로 제가 디자인을 지독히도 못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된 4학년이 되어서야 슬슬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졸업 작품과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 ‘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했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깨닫게 됩니다. 디자인이란 아이디어를 발상하고 풀어내는 설계 과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표현'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디자인 10년을 바라보는 지금도 툴 사용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믿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디자이너는 결과물의 퀄리티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저만의 방식으로 ‘디자인 공식’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이 디자인 공식은 저만의 비밀노트였습니다. ‘타고난 감각'이 없는 사람도 공식만 습득하면 누구나 표현 영역 정도는 디자인을 할 수 있겠구나, 이런 믿음을 갖게 해준 증인이 바로 저였으니까요. 공식을 발견하기 전, 그러니까 ‘디자인 눈'이 없었던 초심자 레벨로 돌아가 10년 동안 필드에서 어떻게 공식을 응용하여 눈이 트여 왔는지, 경험했던 모든 자산들을 나누어볼까 합니다. 10년간 디자인 일을 했다고 해서 업계 정상에 올랐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나누고자 하는 지식은 업계 정상에 서는 방법이 아니라 비디자이너가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처럼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용을 더 잘 전달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아보이는 것들이 왜 좋아보이는지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집을 더 예쁘게 꾸밀 수가 있을까 등이 있을 겁니다. 이런 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면 지루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10년동안 제가 개발하고 응용해온 ‘디자인 속성 공식'을 통해 비디자이너도 쉽게 따라해보는 디자인 방법론을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이 글은 그 첫 단계로, 타고난 감각이나 센스가 없어도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저의 믿음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전문 용어를 최대한 지양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고 풀어씀을 목표로 할 예정입니다. 디자인 스킬을 인생 무기로 추가 장착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첫째, 일 하는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확고히 줄어들 것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결과물의 형태를 미리 고려해서 컨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이미지는 직접 디자인 해서 바로 적용해 볼 수도 있겠죠. 피피티를 잘 만들 수 있게 되는 능력을 얻는건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비용의 절약으로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자신감이 생깁니다. 내가 머릿속에서 사고한 것들을 끄집어 낸 결과물을 남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은 업무 내외적으로 자신감을 향상시킵니다.
셋째, 좋은 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깁니다. 이를 통해 필요한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는 정리 정돈 능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방청소를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디자인 능력을 키움으로써 사회가 더 보기좋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바로 이것입니다. 아름다움과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가질 것과 버릴 것을 분명하게 하는 태도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공을 했는데도 디자인을 잘 못하는 채로 졸업을 하게 되었던 것은 분명 기존의 교육,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 의식도 한 몫 했습니다. 디자인을 더 잘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쥬니어 디자이너들에게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디자인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첫 발을 내딛어 봅니다. 부족하겠지만 연재 완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