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뽕 Dec 13. 2017

숙녀가 되는 첫걸음.

"초경"을 시작했어요.

일요일 오후...아침 내내 미적거리던 딸아이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나 똥싸러 간다~~" 하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열세살이나 먹어가지고, 하는짓은 여섯살같아 어이구 저걸 정말....하다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울먹이면서 화장실에서 나오네요.

"왜! 똥싸다 자빠졌어?"

"아니"

"그럼 왜 울어."

"엄마, 피 나"

"어??? 뭔 피가 나. 어디 다친거 아니라며!!"

피라는 말에 혼비백산한 엄마에게 미적거리며 보여준 속옷. 아이고 시작했구나 험난한 고생길을...

유난히 작은 아이라 좀 늦었으면 했는데, 시간은 여지없이 아이의 몸에 변화를 가져오더니

드디어 제딴엔 오매불망 친구들과 다름을 고뇌하게 하던 그것.

"초경"이 시작되었습니다.


"왜 울어, 친구들 하는것도 봤으면서. 에구 그나저나 생리대 사와야겠네"

우선 속옷에 엄마 생리대를 부착해주고, 허겁지겁 슈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요즘 생리대가 워낙

말이 많아서 선뜻 뭘 사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걔중에 제일 비싸고 유기농 제품이라는 믿을수는 없지만

마음의 위안이 되는것 두통을 사서 달려왔습니다.

그때까지도 울고 있는 딸내미를 화장실로 데려가 씻기고, 생리대 사용법을 알려주었지요.

생리대를 갈기전에 꼭 손을 청결하게 씻을것을 신신당부했지만 잘 지켜질것 같지 않습니다.

아이를 품에 꼭 안고 말했습니다.

"이제 정말 어른이 됐어. 정말 숙녀가 된거야, 축하해"

"이제는 언제라도 엄마가 될수 있는 몸이 된거야. 그러니 늘 너를 더 소중히 아끼고 조심하자.

 언젠가 건강한 아기를 가질수 있는 엄마가 되려면, 건강한 몸이랑 마음을 가져야지."

멋드러진 초경파티를 해주진 못했습니다. 생각같아선 꽃다발도 사고, 케익도 사고 파티를 열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여건상 시간이 마땅치 않아 주말에 파티를 해주기로 했지요.

노란 병아리만하던 아이가 쑤욱 자라서 어른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생리통이 심한 아이의 배를 쓸어주며, 다음달에 또 생리를 할수도 또 안할수도 있으니 늘 네 달력에 생리일을

표시해두어야 또 생리할 날을 알수 있단다. 혹여라도 이유없이 생리를 하지 않으면 엄마한테 꼭 얘기해주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흉흉한 세상, 위험에 더 노출될까봐 불안한것도 사실입니다.


아직도 엄마 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아직도 자다 깨서 엄마를 한번씩 찾아 우는 아이인데..

어느새 숙녀가 되어가는 아이를 보며, 참 많은 생각들이 지나갑니다.

작기만 하던 내 조그만 아이가, 아장아장 걸음을 걷고, 한마디 두마디씩 말을 하고, 혼자 밥을 먹고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고, 이제 이 겨울이 지나면 중학생이 된다니...

아직도 너무 조그만한데 엄마 눈엔 한없이 어설프고 걱정스러운 것 투성이인데...


화장대 앞에서 입술에 빨간 틴트를 바른 아이는..

제딴엔 예쁘다고 바른거겠지만 엄마가 보긴 펭귄같은데 ㅋㅋㅋㅋㅋ


아직도 자다가 엄마를 찾아, 엄마 젖가슴에 손을 넣는 녀석..


몸은 훌쩍 커서 숙녀가 되어가는데, 하는 짓은 아직도 아기같은 녀석.

팩하고 토라져 몇날 며칠 엄마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얄미운 녀석..

그러다가 제 녀석 아쉬워져야, 겨우 엄마한테 곁을 내주는 미운 녀석...


그런데도 엄마는 자꾸 품에 끌어안고만 싶어지니...


훌쩍 커서 금방이라도 엄마 나 시집갈래요 할 것만 같은 아쉬움이 들어

얄미운 공주의 뒤꼭지를 한번 더 바라봅니다.


아직은 조금만 더 엄마 아기로....

아직은 조금만 더 엄마 곁에서

아직은 조금만 더 엄마와 같이...


살가운 딸로 있어주지 않으련?


그리고!!! 제발 니 공간은 좀 치우고 살자!!!!!


역시 사춘기 아이와 엄마는 훈훈한 마무리 따윈 사치인가요...ㅠㅠ


TIP.  초경 이후는 생리주기 및 양이 불규칙해서 규칙적일때까지 생리대는 사이즈별로 사놓는것이 좋대요.

위생팬티를 준비해두면 생리혈이 속옷에 묻어 겉옷에 묻어나는 걸 어느정도 방지할수 있어서 좋아요.

생리주기가 불규칙해 언제 생리를 할지 잘 모르니, 늘 생리대를 휴대할수 있도록 간편한 파우치를 준비해주세요. 활동적인 아이들이다 보니 무엇보다 청결이 중요합니다. 생리대를 교체하기 전 손씻는걸 꼭 알려주세요.

저는 혹시 몰라 바지와 속옷 하나를 지퍼팩에 넣어 학교 사물함에 넣어놓도록 했어요. 혹시 저같이 아이 옷을 가져다 주기 곤란한 워킹맘들은 그렇게 해주셔도 아이가 옷 때문에 난감해하는걸 좀 덜어줄수 있으실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똑부러지는 아이, 마음이 똑! 하고 부러질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