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뽕 Dec 25. 2021

삶에 있어 당연한 것은 없다

그것들이 지켜준 당신의 삶을 돌아보자.

한동안 글을 쓸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도 할 틈 없이 병원에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11월 마지막날 약간의 사고가 있었다.

넘어졌는데 그만 얼굴을 크게 다쳤다. 대게는 넘어지면 손을 짚기 마련인데, 손마저 헛짚었는지 나는 모든 충격을 얼굴로 받고 말았다. 이마와 광대는 찰과상을 입었지만 그만 인중은 2도 화상을 입고 말았다.

된통 쓸려버린 인중은 지금도 다 낫지 못하고 얼룩이 진 채로 아물고 있는 중이다.


얼굴을 너무 큰게 다쳐서 병원에 달려갔는데, 충격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친 얼굴만 걱정하느라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엑스레이 판독 결과, 코뼈가 양쪽다 부러졌다.

너무 멍하니 눈물도 나질 않았다. 대체 어디까지 가야 나는 더는 되는 일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았다.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엉망진창이 된 얼굴만큼 내 삶이 얼룩덜룩해진 기분이었다.

언제 나을지 흉이 얼마나 크게 남을지도 모르겠는데 꼬여버린 모든것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의사선생님은 인중과 쓸린 뺨은 레이져 치료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한번 해서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치료가 아니어서 반복적으로 여러번 치료를 해야한다고 했다.

검색창에 프락셀을 찾아보니 통증으로 악명높은 레이저였다. 

공포와 두려움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불로 지져서라도 없애고 싶은 흉터...그게 곧 나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왜 나는 늘 걸어갈만 하면 넘어지고, 넘어지면 일어서는게 이토록 힘든가.

나보다 더 나쁜 사람들도,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도 다들 잘만 살아가던데, 되도록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애쓰고 남에게 상처주지 않으려고 애쓴 삶이 억울했다.

이제 온통 다친 얼굴에 남는 흉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가뜩이나 예기불안이 심한 나의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성형외과 수술을 하기 위해서 치료를 받고 있던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을 해야했다.

같은 병원이라서 협진이 어렵진 않았는데, 나의 예기불안과 공황을 잘 알고 있던 정신과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운이 없었을 뿐이야.

그날 오지게 재수가 없었던 거야.

누구나 그런 날이 있잖아?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날... 이날이었던 것 뿐 좋게 생각해.

아 이참에 콧대라도 높여 그럼 되지.

얼굴은 스킨톤이 달라진거니까 돌아올꺼야

다만 시간이 걸릴뿐이야

누구나 삶에 걸려 넘어지면 벌떡 일어날수 없어. 그럼 더 다친다구.

무언가를 붙잡고 천천히 일어나든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서 일어나야해.


눈물이 났다.

네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누구나 그럴수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말이 이렇게 위로가 될지 몰랐다.


선생님은 성형외과 교수님에게 내가 공황이 심하니 코수술 후 거즈로 코를 막아놨을때 놀라지 않도록 입으로 숨쉬라는 말을 해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잃고 나서 깨닫는 고마운 것들...

절세가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지만 흉터 하나 없었던 내 얼굴,

코로 숨을 쉴 수 있는 것(비록 3일이었지만 코로 숨을 쉴 수 없으니 잠조차 잘 수가 없었다)

수술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때 간호사 선생님이 잡아준 따뜻한 손의 온기,

혈관통 심한 나를 위해 언제나 링거에 약 넣으러 와주실때 천천히 주사해 주시던 배려,

삶에 있어 무엇하나 당연한 것은 없었다.


앞으로 얼굴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 고통만큼 드라마틱하게 나아질 거란 보장도 없다.

다시는 예전 얼굴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삶의 소중한 것들.

내가 가진 소소한 모든 것들.

하찮고 구질구질하고 무엇하나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들이 주었던 혜택들..

너무 늦게 깨달아서 미안하고, 너무 돌아보지 않아서 마음아프고 애달픈 것들...


이제라도 내가 가진 것들 내곁을 지켜준 모든 사람들 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잃고 나서 후회하지 않도록...




작가의 이전글 삶속에 잃어버린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