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속 허튼 기대감

애정 할수록 남몰래 지나친 기대감은 내려두자고

by HJ

마음을 나눈다, 이는 나와 상대의 마음을 교감해보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을 서로 맞대어 놓고 느껴가면서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고, 이해해가며 서로의 깊이를 헤아려보는 일련의 행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 사이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엔 서로를 이해한다는 차원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함께 빚어내면서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에 아름답고도 위대해 보이기도 한다. 사랑, 우정, 애정 등과 같은 특별하고도 다양한 감정을 키워내니까.




그러나, 이렇게 아름답게 빚어낸 감정도 일순간 추함을 드러낼 때가 있다. 그 문제의 씨앗은 바로 기대감이다. 가끔 뭔가의 꼬드김에 빠지는 건지 어리석은 실수를 종종 범하며 서로의 소중한 교감을 일순간에 망쳐 버리기도 한다. 아름다웠던 그 소중한 시간을 더는 우리들의 세상에 꺼낼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마음을 나눈 사이, 아끼는 사람이라는 핑계로, 지극히 주관적인 기대감을 상대에게 몰래 심어 놓는 일이다. 남모를 기대감을 하나둘 뿌려 놓고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이르러 그 기대감은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교감하며 애정을 키워오던 사이 일지라도 그 기대감에 휩싸여 그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일을 겪게 되면 상대를 향했던 마음이 서서히 흔들린다. 애정이라는 감정에 살짝 숨겨둔 기대심이 고개를 들게 되면, 서로의 마음에는 균열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기대를 충족하지 않은 상황이 하나둘 생기면서 아쉬움이 쑥쑥 돋아나 버린다. 그렇게 상대에 대한 애정은 조금씩 의심하게 되고, 서로의 마음도 서서히 비교하게 되면서, 교감하던 마음의 무게를 저울질하기에 이른다.




급격하게 마음이 식어가는 과정을 보노라면, 한없이 감동적이던 마음도 끝없이 가벼워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사람 마음이기에 종잡을 수 없는 것인지, 어쨌든 그렇게 아쉬운 순간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활짝 열어 둔 마음의 문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만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하는 마음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서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비롯된 문제가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릇된 기대감은 위대할 것 같은 마음도 쉬 가볍고도, 우습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유혹적이면서도 무서운 것이지 싶다. 어제는 그토록 따뜻한 사이였다가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사이가 되어버리는 관계들, 마음 온도가 한순간에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는 사이들. 살면서 적어도 한두 번쯤 겪어보지 않았을까.




나는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애정과 기대를 분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대감이 애정이라고 착각해 ‘(상대가)…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상대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상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감정을 치환해 버려서 생긴 문제다. 그것은 애정이 아닌데 말이다.


채워지지 않은 기대는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애정이지만 기대감을 내려놓지 못해 감정의 아쉬움은 늘 따라지며 관계를 훼손시켜 결국엔 깊이 있게 나눴던 관계에서도 기대감 때문에 안타까운 종지부를 찍는다. ‘그동안 즐거웠어요. 잘 가요. 안녕' 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대감은 중요한 것일까.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기대를 온전히 맞춰줄 만한 사람은 과연 존재할까. 나는 타인의 기대에 온전히 맞춰주며 사는 것인가, 를 스스로 물음 해보면 금세 알아챌 수 있다. 나도, 타인도 서로의 기대감을 온전히 채워주는 일은 억지에 가깝다는 것을. 교집합을 이루며 살아갈 수는 있지만, 완전한 합집합으로 서로의 마음과 삶을 일치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니까.


오랜 시간 좋은 감정을 교감하며 유지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상대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대의 모습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부분에서는 교감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각자 또 나름의 방식을 존중하며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며 애정을 키울 수 있다는 존재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 같은 일이다. 지 않기 때문이다. 속세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걸 보면, 순수한 마음으로 나이가 들어가는 일 또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우리의 곁에 좋은 사람이 지나갈 수 있다. 특별함이 더해질수록 나는 내게 주문하곤 한다. 좋은 사람과 연을 맺고 좋은 감정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지키고 싶기에 남몰래 허튼 기대감은 뿌리지 말자고. 허튼 기대감은 금세 아쉬움이 생기도 마니까. 아쉬움이 지속되면 좋은 감정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지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