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식사란

삶과 삶이 만나는 낭만적인 시간

by HJ

"우리 언제 식사 한번 해요"


과거에는 이 말의 의미가 그렇게 특별하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과 관련된 관계에서는 흔하게 사용하는 접대용 표현이기도 하거니와, 언제라는 불확실한 표현이 붙는다면 대개는 인사치레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식사 한번 하기 위해 꺼내는 말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지켜지지 않은 경우다. 실제 생활이 바빠서인지 마음이 바빠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은 유효기간이 짧아서 며칠 지나고 나면 대부분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표현 중의 하나이지 싶다.


특히 대화의 끝에서 이 말은 자주 등장했던 것 같은데, 날짜를 정확히 기약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종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어쩌면 서로가 이만한 표현도 없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실제 이 말이 지켜지지 않더라도, 아쉬움을 표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걸 보면 암묵적으로 서로가 인사치레로 여기고,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지인과의 대화를 계기로 이 표현에 대한 의미가 크게 달라지게 됐다. 일화를 요약하면 이렇다. 그날도 그 지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후, 나는 “오늘도 잘 지내고 나중에 언제 식사 한번 해요”, 라는 끝인사를 남기며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치려고 했다. 그런데 지인은 의외의 대답을 보내줬고, 그 말이 내게는 제법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대답인즉슨, 지인은 정중한 어조로 웃음을 표시하면서 “마음만 받을게요. 언제 식사 한 번이라는 인사는 내게는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말을 건넨 것.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이런 반응은 처음 겪어본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어서 가볍게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대화가 끝난 뒤로도 한참을 생각하게 했다.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일순간 느꼈던 울림은 강렬해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이러한 표현으로 끝인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듯했고, 이 말은 본디 그런 의미가 아닌데 잘못 남용되고 있다는 걸 가르쳐 주는 듯했다. 남들도 그러하니까 나도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겼을 내게, 무분별하게 겉치레로 남용했을 내게, 몽매한 한 부분을 깨워주는 듯한 울림이었다.




‘우리 언제 식사 한번 해요’ 이 말을 되새겨볼수록 가볍지만은 않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가볍게 같이 밥을 먹는다는 행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세상에서 잠시 나와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해보고 싶다는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니까. 또 식사하면서 서로의 이런저런 생활 이야기를 꺼내면서 삶을 나눠보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그 때문에 식사 한번 해요, 이 말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긴밀하고도, 소중하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언제 식사 한번 해요.’라는 말의 사용은 줄여갔다. 함께 먹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식사는 삶의 시간을 나눈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데, 이를 인사치레로 사용하기엔 그 정겨운 의미를 함부로, 무책임하게 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건강한 자연을 생각해 먹을 만큼만 양껏 덜어 맛있게 먹고 음식물 쓰레기는 줄여가는 노력처럼, 영혼 없이 건네는 언제 식사 한번 하자는 말 대신 마음에 적합한 다른 인사 표현으로 찾아 건네는 것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식사 한 끼는, 삶과 삶이 만나는 시간이다. 식사는 생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 또 다른 낭만이 있다. 의미가 바뀌면 자세도 달라지게 된다. 내게 “우리 식사 한번 해요.”라는 말은 누군가와 삶을 마주하고 싶을 적에, 각자의 삶에 대한 마음을 나누며 좋은 기운을 북돋아 주고 싶을 적에, 예의를 갖추고 소중하게 건네고 싶은 의미로 새겨져 있다. 무의미한 식사 인사를 남발하지 말고 대신, 마음이 닿는 이들과 함께 낭만까지 챙길 수 있는 식사의 시간을 더 자주 챙기는 일이 더 의미롭다.


서로에게 식사란,
삶과 삶이 만나는 낭만의 시간이다.

'우리 언제 식사 한번 해요’ 이 말은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위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진정 함께 먹는 즐거운 가치까지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식사가 지닌 '함께 먹고 나눈다'는 의미를 아름답게 지켜내 주고 싶은 말이다. 만일 여유 있게 삶을 마주하며 식사할 마음 내지 시간이 안 될 것 같으면, 이제는 인사의 마무리로 '나중에 또 이야기 나눠요’, 라는 다른 표현으로 마음을 대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