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준비된 상태에서 편입은 사양해
‘하고 싶다’와 ‘할 수 있다’라는 의미 차이는 상당히 크다. ‘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시작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게 해 주지만, 기본기 배움 단계를 통과해야 할 숙제가 있다. 반면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은 그 기본기를 넘어 자신이 터득한 요령이나 기술을 구사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입혀 표현해낼 줄 알아야 멋스럽다.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이 두 마음 사이는 본질에서 접근하는 시작점과 풀어가는 방식이 양, 질적으로 구별되고 다르다.
그 어떤 일이더라도, 시작의 문을 열면 단계별 여러 과정이 존재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단계별 각각의 과정을 밟아야 그다음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순조롭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과정마다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란 할당량을 채워야만 한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일들이다. 마음이 급해서 또는 과욕이 생겨서 몇 칸을 쉽게 건너뛰려고 발버둥 치다가 되레 넘어지거나 다치기 쉽다. 덜 준비한 상태에서 다음 과정으로 건너뛰게 했을 때도 이와 다르지 않은 현상이 나타난다.
준비된 상태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 이 수준의 차이는 누군가 굳이 말을 해주지 않아도 본인의 피부로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 하고 싶은 마음만 앞세워서 준비된 과정에 들어가면, 여러 숙제가 밀려 있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 과정에 맞추려면 갖춰야 할 것과 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별도의 시간을 내서 곱절, 아니 몇십 곱절, 그 이상을 부단하게 노력하지 않는 한 그 수준의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져 따라잡기엔 버겁다는 생각이 들며 적응하기 도전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면 대개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랑은 맞지 않나 보다, 하고 체념하면서 포기의 수순을 밟게 된다.
정말 자신과 맞지 않았던 것일까, 이 순간 그 지난 과정을 되돌아 찬찬히 한 번이라도 살펴보면 알게 된다. 본질적으로 나와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내 수준이 맞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어떤 일이든 자신의 수준과 맞지 않는 과정을 선택하면 대개 버겁거나, 힘들거나, 여유 없거나, 아니면 흥미를 상실하거나, 재미가 아예 없어지는 등 감정의 기복을 쉬 나타내고 만다.
철도 없고, 경험도 부족한 어린 시절에는 감각적인 끼 하나만 믿고, 하고 싶은 의욕을 채워보려 이런저런 일을 덤벼보곤 했었다. ‘까짓것, 일단 해보지 뭐’ 하는 깡으로 일단 시도해본 것이다. 그런 용기가 종종 호기로 작용해서 여러 값진 경험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사실 초년 단계에서나 그럴듯하게 봐 줄 만한 것이다. 잠깐 반짝이는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 앞세워가다 보면, 얼마 못 가서 그 값을 마음고생이든, 몸 고생이 든 아주 호되게 치르는 날을 맞게 된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 앞세운 일에는 실패가 먼저 기다린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잠깐 반짝거릴 수는 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초기 단계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기를 가볍게 여기고 의욕만 앞세워가다 보면, 다음 단계로 더는 나아가기 어렵고, 버티기도 힘이 드니 오래갈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의욕만 가지고 덤비다가 실패를 맛본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의욕만 가지고는 잘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어떠한 일이든 ‘하고 싶은 마음’과 ‘할 수 있는 마음’의 시작점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상태부터 점검하여 개인의 수준에 맞는 과정으로 시작해야 그 과정에 흥미와 재미를 쉬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덜 고단하고, 덜 지친다. 특히 혼자가 아닌 집단과 함께 어우러져서 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자신의 상태 점검은 해주는 것이 좋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함께하는 타인, 구성원을 위해서도 말이다.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라면, 서로의 수준까지도 비슷하게 맞춰야 하니까.
어떠한 일이 시선에 꽂혀서 내 마음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머물 때가 있다. 그러면 일단 마음을 멈춰 세워본다. 그리고 나의 상태에 맞는 구간이 어디인지, 나의 시작점을 어디로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이 일이든, 취미든 무엇을 시도하는 데 있어서 시작점을 잘 선택해야 그 과정이 덜 지치고, 즐겁게 긴 호흡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런저런 구간을 체득하면서 알게 되니 시작점에 더 공들이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