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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튼바이시리우스 Aug 06. 2018

사회복지사의 이상향 만들기

누구와 함께 그리는 그림인가?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워싱턴 어빙은 말한다.

Great minds have purposes, others have wishes.
위대한 이들은 목적을 갖고, 그 외의 사람들은 소원을 갖는다.


목적과 소원의 차이는 무엇일까? 목적이란 것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목표란 방향성에 따라 다다르고자 하는 구체적 상태나 대상을 의미한다. 'wish'는 방향이라기보다 가능성이 희박한 것에 대한 바람이다. 물론 목적 역시 추상적이고 실제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소원은 구체적인 결과를 선택할 수는 있으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주체적 노력이나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목적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들이 '목표화' 되어 있다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즉 결과만이 아니라 '방향'을 가진 구체성, 또는 그 노력이 차이인 것이다.


이상을 가지기 위해서는 본인이 추구하는 명확한 목표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혹은 목표점이 있지 않더라도 본인의 가치와 사고방식에 부합하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방향이 존재해야 한다. 완벽한 이상을 구축한 뒤 실행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연인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이상형을 떠올려보라) 이상향은 본인이 살아온 삶과 환경, 현실과 경험, 인식과 직관 등이 무한한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성립되어간다. 또한 가장 기본적으로는 '본인이 중요하거나 올바르다고 여기는 가치'가 영향을 미쳐 이상향이 또렷해지지기도 하고 변화되기도 한다.   



다른 글에서 이상이 왜 중요한지 'why'를 이야기했다면 이제 이상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how'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실천 현장에서 이상향을 마련해가는 과정 중 하나는 강렬한 경험이나 영감을 계기로 자신의 이상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는 이론이나 타 영역에서의 이상적 구조를 가지고 구축하는 경우도 있으며 집단이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존의 가치나 이상에 동조하여 자신의 이상을 마련해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는 이상을 쓸모없는 것으로 배척하거나 기피하고 오히려 현실적 사안과 문제 해결 능력을 우선시하는 경우들도 있다. 능력 있는 업무수행이란 합리적 경제성을 도모하거나 성과에 기반한 행정능력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상향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지만, 사회복지사 스스로가 이미 완벽한 상태의 이상을 가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추상적인 방향성 이외에 구체적 과정까지 요구하거나 교육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이상과 가치를 내제 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질문과 환경, 배움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외부적 환경을 통해 '이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첫째는 자신이 일하는 기관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가치를 통해 이상을 접하는 것이다. 어느 기관이나 기관이 가진 미션과 비전이 존재한다. 미션이란 것은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를 의미하는 것이며 비전이라는 것은 미션을 성취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실천방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즉 비전을 수행하면 미션이 이루어지리라 판단한다.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기관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한 비전과 핵심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미션은 기관의 존재 이유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정의이다. 미션을 이룩하고 해결하게 된다면 기관은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기관이 사라지는 것이 기관이 정의했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이상적인 세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관의 미션과 비전에 몰입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기관이 많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다. 이상과 가치를 향해 가는 방향성보다, 사업의 성과와 비용에 종속되는 일들로 인해 꿈꾸는 세상의 모습을 잃어버린다. 방향성을 찾고 고민하는 사람에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더욱 슬픈 것은 정체성이 흐릿한 기관을 운영하면서도 개선의 의지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관이 스스로의 미션/비전과 핵심가치를 충실히 교육하고, 종사자들이 그것을 항상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이상적인 조직이겠지만,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관된 교육이나 환경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중간자로서 기관장이 역할을 수행하면 좋으나 대부분은 그것 또한 요원하다. 그리하여 실질적으로는 이상과 가치를 배우며 과연 내가 어디를 향해, 무엇을 향해 일을 하는지 알고 싶은 직원은 갈증과 혼란 속에서 의욕을 잃어가기 쉽다.

 


2. 기관의 정체성이 부족하다면 둘째 방법은 기관의 동료와 함께 찾는 것이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답을 함께 고민할 사람을 찾는 것이다. 기관의 정체성이 미약할 경우 결국 작은 것에서부터 정체성을 다져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내가 하는 일, 내 동료와 하는 일, 내 팀과 하는 일, 우리 기관에서 하는 일로 영역을 확장시켜 가는 것이다. 함께 일관된 그림을 그려가며 사업의 성과와 의미를 구현하게 되면 점차 더 좋은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일을 하는가?, A라는 청사진에 공감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A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자율적인 스터디도 하고 술잔도 기울이며 동료들과 함께 옳은 방향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가진다면 당신이 노력하는 변화도 분명 더 큰 결실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3. 그런데 동료도 찾기 힘든가? 그렇다면 외부로 시선을 돌리자. 나와 비슷한 방향으로 현장에서 도전하거나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네트워크 안에서 큰 영감과 위안을 얻고 힘을 얻을 수 있다. 어디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나와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현장에는 사회복지사의 다양한 모임들이 운영되고 있으니 참고해볼 만하다.


4.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업무 외적인 에너지를 쏟기가 부담스러운가? 그렇다면 다소 느리지만, 개인적 학습을 통한 방법이 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위안은 나보다 먼저 존재했던 누군가가, 또는 내가 고민하는 분야와 동떨어진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생각과 방향을 이야기할 때 느껴는 용기와 확신이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이미 이런 방향과 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했었구나'라는 느낌은 이상을 가지기 위한 자신감과 통찰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이상을 만들어가는 외부적 방법을 이야기해보았다. 스스로의 내면에서 어떻게 이상을 만들어 가는지는 추후에 이야기되겠지만, 먼저 기억할 것이 있다.


실천 없는 이상은 독불장군이자 변명꾼이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상이 중요한 이유는 실천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내 이상에 맞지 않아요, 잘못된 방향이에요,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 못하겠어요.” 실천도 합의도 없는 이상은 그저 변명에 그칠 뿐이다.


변명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현실과의 접점이다. 접점은 포기라기보다는 인내다. 내가 그리는 그림이 더욱 견고해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다. 그 시간 동안 나를 성숙시키는 노력의 인내다.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현실을 끌어놓기 위해 이상과 현실을 모두 배우고 고민하는 인내이다.

 


He who has a why to live can bear almost any how.  - Nietzsche, Friedich Wilhelm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 니체

무엇을 위해 인내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담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인내에 동료들이 함께한다면 고난은 때때로 큰 달콤함을 가져다준다.


당신은 어떤 변화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당신은 누구와 함께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당신의 이상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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