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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Nov 27. 2017

63. 결혼식에서 서로에게 쓴 편지

결혼식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편지를 읽어주기로 했다. 나는 다소 무리한 부탁이긴 했지만 나에게 쓰는 편지는 한국말로 읽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올리비에는 자신이 쓴 편지를 한국친구에게 번역해 달라 부탁했고 친구는 번역과 함께  mp3파일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올리비에는 결혼식을 앞두고 한달이상 이 음성파일을 들으며 발음연습을 했고 결혼식 당일 엄청 또박또박 한국말로 잘 읽어주어 너무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그의 편지가 생각보다 로맨틱해서 나는 좀 민망했다. 왜냐하면 당시 우리가 같이 산지 약 2년의 세월이 지나고 난 후 올리는 결혼식이라 올리비에 이렇게 해줘 우리 저렇게 하자 이런식이었던 것이다. 나는 너무나 현실적인 편지를 쓴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반성하고 미안했다. 이날 하루만큼은 나도 좀 로맨틱해졌어야 하는데 말이다      


소연을 향한 올리비에의 편지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연아 

오늘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야 

우리가 결혼하기로 결정을 했고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지 

7년전에 리스본에서 처음 너를 만났고 나는 그 순간을 여전히 기억해 

너는 나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에 왔었지

나 역시 너를 보기위해 한국에 갔었지  

내가 너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 너도 기뻤을거라 믿어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 너는 파리로 왔고 

지금 나는 우리의 결혼식을 위해 이 자리에 있어 

나는 너가 나에게 와준걸 너무나 감사해 

너와 함께 라는 게 너무 행복해

당신 역시 나와 함께 라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둘이 한 가정을 이루고 나와 함께 당신의 꿈을 이루길 바래 

너의 귀여운 억양의 프랑스어가 나에겐 너무 사랑스러워 

당신과 함께라면 난 항상 행복할 거야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연아 

한국에서 당신의 가족, 친구들과 오늘을 함께해서 매우 기쁘고

우리에게 잊지 못할 하루가 되길 

사랑한다 박소연          


올리비에를 향한 소연의 편지 

전 세계 60억 인구 중에 단 한사람!!' 

당신을 만나게 해준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감사해!

7년간 만났지만우린 아직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내가 우리에게 바라는 건 무엇보다 "싸우고 "화해하는 거야

남녀의 차이로 문화의 차이로 우린 참 다른데 다른 것에 대한 배려가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서로에게 인내심을 갖고 

상처 주는 말을 연속해서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나에게 가끔 사랑한다 말 좀 해줘나는 그 말이 매우 필요해

그리고 내가 무언가 말하거나 원할 때 그 이유에 대해서 한번만 더 생각해봐주길 바래

무조건 대번에 no라고 말하지 말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먼저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7년 동안 너무 너무 고마웠고 

이제 앞으로 좋은 아빠가 되어 주리라 믿어!

사랑해요 올리비에!!!      


끝으로 이자리을 빌어 당신에게 바라는 거 몇 가지 이야기 할께

나한테 일 년에 두 번 내생일 카드랑 크리스마스 때 카드 좀 꼭 써줘

그리고 저녁10시 넘으면 뭐 먹지 말구!

  

서로 각자의 편지를 읽고 나자, 올리비에가 한글로 발음 연습을 오랜 기간해서 그런지 아주 많은 박수를 받았다. 곧이어 나의 엄마에게 절을 올리는 순서가 되자 미리 연습은 했지만 절을 한번 하고 나서 그는 순간 헷갈리는지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 “한 번? 두 번?” 이라고 물어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시작부터 울고 계신 엄마를 나는 절대 쳐다보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버텼고, 엄마가 올리비에를 안아주고 나를 안아 주시면서도 계속 우셨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순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돌아가신 아버지가 같이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잔느 모로’가 부른 <인생의 소용돌이> 음악에 맞춰 퇴장했다. 야외에서 식을 마치고 식사를 한 후 절친 화진이가 우리들을 위해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 편지에 나는 참았던 눈물을 흘렀다. 우리 서로는 대학교 때 만나 20년간 서로를 바라봤고 같이 영화 일까지 하게 되어 둘도 없는 베프였다. 정말 서로의 빤스 색깔까지 다 알 정도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친구였기에 그녀가 편지를 읽어나가자 지난 이십년의 세월에 대한 만감이 교차했고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나를 보기위해 이곳에 와 준 것에 너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 그야말로 나는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화진이에게 편지를 부탁하면서 올리비에의 친구도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를 오랜 기간 봐온 올리비에 베프 브루노가 자신의 편지를 육성으로 녹음해와 나에게 보내준 것이다. 그는 편지를 보내면서 나 또한 결혼식 전까지 꼭 읽지 말라 하여, 나는 그가 무슨 내용을 쓴지 몰랐는데 편지를 틀고 나서 소름이 쫙 끼쳤다. 왜냐하면 그의 편지가 시작되면서 우리가 퇴장음악에서 사용한 음악이 그의 편지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브루노는 나와 올리비에를 생각하면 이 노래가 생각이 난다며 <인생의 소용돌이>로 편지를 시작한 것이다. 너무 깜짝 놀라 올리비에에게 브루노에게 이 노래 얘기한 적 있어? 우리 결혼식 퇴장 음악으로 쓸거 라고 말이야라고 묻자 “아니 전혀” 라는 대답을 한 것이다 와! 너무 신기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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