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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jina Apr 05. 2023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16

모리스 르블랑 - 결정판 아르센 뤼팽 1

2023년 3월 31일(금) BnJ의 제16회 독서모임.

2023년 첫 번째 독서모임이다. 매우 늦은 듯 보이지만, 사실 우리에겐 굉장히 이른 독서모임이다.

안녕 2023년.


* 독서모임 전 간략한 소개

결정판 아르센 뤼팽 1권은 총 868쪽으로 구성돼 있다. 93페이지 까지는 '추리소설론', '역자의 말', '아르센 뤼팽과 나' 등 뤼팽과 추리소설, 작가인 모리스 르블랑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본편은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뤼팽 대 홈스의 대결', '아르센 뤼팽, 4막극' 이렇게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아르센 뤼팽, 4막극'을 제외한 두 가지의 작품만 감상했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B: 2023년 첫 번째 독서모임!


J: 어? 그러네요. 3월에 하는 거면 양호한 편이다...


B: 3월이지만 마지막 날이잖아.


J: 어떻게 간당간당 3월에 턱걸이했네요. 이렇게 오래 끌고 있을 만한 책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래 끌고 있었네요? 누구 때문에...?


B: 그래서 그냥 하자니까~


J: 그래서 어땠어요?


B: 재밌었어.


J: 이 책이 세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우리는 두 개의 파트만 읽었잖아요. 나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셜록 홈스를 더 좋아하는 마음에서 '네가 얼마나 하는지 두고 보자.' 이런 마음이었거든요. 그런 닫힌 마음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읽으면서 계속 셜록 홈스가 떠오를 것 같았는데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편'까지는 전혀 떠오르지가 않았어요.


B: 나는 셜록 홈스를 좋아하지만 뤼팽도 좋아했고, 심지어 뤼팽에 대한 환상도 있었거든. 정의로운 도둑이고, 누구도 잡을 수 없고, 신출귀몰하고, 아무도 그의 심중을 꿰뚫어 본 적이 없다는 이미지가 있었어. 일종의 환상이 있었던 셈이지. 근데, 책을 읽으면서 환상이 깨졌고 오히려 그가 허술하고 촐랑거리는 느낌(?)을 가진 사내처럼 느껴졌달까?


J: 그런 환상은 명탐정 코난에서 나오는 '괴도 키드'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ㅎㅎㅎ 사실 나도 정의로운 도둑'이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B: 나는 '천사소녀 네티(원작: 괴도 세인트 테일)'의 영향을 좀 받은 것 같아. 네티가 늘 정의로운 일을 위해서만 도둑질을 하고, 수녀원에서 "주님, 부디 정의로운 도둑이  되게 도와주세요." 하고 기도하고 출정(?)을 나가잖아. 그리고 '루루팡 루루디 루루~ 얍' 하고 주문을 외면서 마술(?)을 하는 것도 어쩐지, 루팡(뤼팽)을 연상시켰고 이후에 네티를 쫓던 셜록스(형사)와 결혼하게 되는 것도 뭔가 이상적이고 그림 같은 결말이었어. 근데 이 책은 뤼팽의 도둑질에 대한 명분은 나오지 않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이게 알고 보니 뤼팽이었다. 대단한 물건을 도둑맞으면 알고 보니 뤼팽이었다.' 이런 식이라 뤼팽이 그 물건을 훔친 것에 대한 당위성이 좀 부족하게 느껴졌어. 정의로운 도둑이 아닌 그냥 도둑 같달까;


J: 나도 그 생각했어요. 그런데 뒤로 가면 갈수록 약간 착한 도둑의 이야기가 몇 개 나오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도둑의 이미지는 책 후반부를 통해 생긴 이미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B: 초반에도 설명하기는 해. 그때 그냥 잠깐 정의로운 도둑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인물이라는 정도의 '인물 설명'을 하고 있지. 다만 실제 행적에서 그런 내용이 별로 안 나와서 환상이 좀 깨진 것 같아.

아르테에서 나온 아르센 뤼팽 전집은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J: 결정판 아르센 뤼팽 1권은 앞에 90쪽가량을 작가인 모리스 르블랑, 뤼팽, 번역가에 대한 이야기로 채우잖아요. 그리고 본편에 들어가서도 앞에 꽤 긴 설명이 들어가는데, 그런 내용들이 한편으로는 본문을 좀 방해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사전 정보 없이 뤼팽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사전에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보니깐 재미가 반감된 느낌이에요. 내가 그 정보들을 너무 신경 쓰면서 읽었나 봐요. 특히 셜록 홈스가 등장하는 두 번째 챕터 앞에 저작권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코난 도일의 허락 없이 셜록 홈스를 등장시켰고, 나중에 저작권이 문제가 되면서 이름을 '혈록 숌즈'로 이름을 바꿔서 등장시켰다고. 그런 설명들을 보고 책을 읽으니깐 책에 대한 선입견이 갖고 읽게 됐어요. 만약 몰랐다면 그냥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요?


B: 난 오히려 궁금했던 내용을 알려줘서 좋았어. 당대 영국에서는 셜록 홈스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게 배경이잖아. 그래서 셜록을 등장시켰을 때 분명 대결 구도가 될 텐데, 작가들끼리 어떻게 대결 구도를 합의할 수 있었을지 궁금했거든. 그래서 나는 그 정보가 있는 게 좋았어.


J: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셜록 홈스가 등장했던 부분을 읽으면서 모리스 르블랑이 셜록 홈스와 왓슨의 캐릭터 분석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 나도, 그 부분은 완전 공감. 특히 왓슨 박사에 대한 연구가 너무 부족했어. 왓슨이 허술해 보이지만 실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데, 계속 뤼팽에게 휘둘리는 모습으로만 그린게 좀 아쉬웠어.


J: 맞아. 셜록 홈스도 너무 가볍게 나온 것 같아요.


B: 나는 오히려 셜록과 뤼팽이 같이 나올 때, 뤼팽이 너무 가볍게 느껴졌어. 비교적 셜록 홈스는 진중해 보였는데, 둘이 있을 때 뤼팽이 너무 촐싹거리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뤼팽에 대한 내 환상이 컸나 봐.


J: 무게 있는 도둑의 모습?


B: 응. 명분에 의해서 신중하게 물건을 훔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반짝이는 것만 보면 눈이 멀어서 훔치는 그런 원숭이 같단 느낌을 받았어. 완벽하게 환상이 깨져버렸지. 그런데 이게 전집 1편이라서 그 뒷 내용을 다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해. 총 10권의 시리즈 중에 고작 1권만 읽은 거니까.


책을 열자마자 나오는 번역가 성귀수의 손글씨


B: 한 가지 장점은 책이 되게 두꺼운데 빨리 읽혀.


J: 근데 지금 한다고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뤼팽은 1월의 책이다.)


B: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꺼우니까.!! (약 700페이지!)


J: 그렇죠. 10권 중 겨우 1권이었지만, 길긴 길었어요. 그럼에도 재밌게 잘 읽힌 건 작가가 글을 재밌게 쓴 것도 있겠지만 번역도 한몫했던 것 같아요.


B: 맞아. 우리가 매번 번역서를 읽을 때마다 번역투 때문에 조금 다른 인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었는데, 이건 그런 느낌 없이 읽혔어. 특히 성귀수 번역가가 수소문 끝에 발굴한 6편을 추가해, 뤼팽정전으로 분류되는 문헌을 총망라한 거라고 하더라고. '아르센 뤼팽의 친구들 협회(프랑스 뤼피놀로지의 중추를 담당하는 단체로 르블랑의 손녀 플로랑스 르블랑을 비롯한 유수의 작가, 철학자들이 회원)에서 전적으로 번역을 맡겼다고 하니, 더 신뢰가 가는 것 같아.


J: 맞아요. 이번에 이야기를 새로 발굴하면서, 370여 컷의 오리지널 삽화도 일일이 대조하고 누락분도 추가로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중간 그림 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아요.  


B: 여하튼, 번역도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고 삽화도 적절하게 잘 녹아있어서 두껍지만 재밌게 잘 읽혔어. 그리고 이 모든 건, 아마도 그 가장 밑바닥엔 작가의 탁월한 글쓰기 능력이 뒷밤침 된 결과겠지.   


J: 맞아요. 원래 모리스 르블랑이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니고, 순수 문학 작가로 시작했고 또 그쪽으로 계속 가고 싶었다고 하잖아요. 그건 알겠더라고요. 글을 잘 써서 잘 읽힌 것 같아요. 만약 이 작가가 글을 못 썼거나, 단지 설록 홈즈의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었다면 인기가 오래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뤼팽도 독립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지금까지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작가의 힘이겠죠. 하지만 내가 셜록 홈스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셜록 홈스에는 못 미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B: 모리스 르블랑은 그냥 한 번 써봤다가 그 책이 인기가 있어서 계속 연재하게 된 케이스잖아. 그런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되게 천부적인 재능이지 않았나 싶어. 그리고 뤼팽에 작가 자신을 약간 투영한 것 같아.


J: 이 화자가 작가 본인이잖아요.


B: 아! 아니, 화자 말고 뤼팽에게... 오만방자한 본인의 모습이 뤼팽에게 투영된 게 아닌가 싶어. 취미 삼아 쓴 글이 인기가 많아지고, 그래서 서브 잡처럼 시작한 작가일로 결국 전업 작가가 됐잖아. 그러면서 생긴 글에 대한 프라이드와 자신감이 뤼팽에게 투영돼서 오만 방자한 태도들이 나온 것 같아.


J: 아르센 뤼팽 재수 없는 캐릭터야. 원래 그 캐릭터가 작가가 원한 모습일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뤼팽이 다른 쪽의 이미지로 굳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아르센 뤼팽이 셜록 홈스 후반부쯤 출간이 됐잖아요. 그렇다면 사실상 시기는 비슷한 건데, 셜록 홈스는 되게 옛날 시대 같고, 뤼팽은 최근 같아요. 그래서 시대 차이가 좀 있게 느껴졌어요.


B: 그래? 나는 비슷한 시기로 보였어.


J: 그래요? 나는 뤼팽은 비교적 최근의 이야기 같아요. 셜록 홈스는 마차를 타고 다니고 주로 도보로 이동하는 느낌인데, 뤼팽은 차를 타고 다니고 유람선이 나오고 그래서 되게 현대적인 느낌이 강했어요. 그게 아마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B: 드라마의 영향인 것 같긴 한데, 나는 홈즈 생각하면 오히려 더 현대적인 느낌이야. 베네딕트 컴버배치 때문인가.......!


J: 맞아요. 언니 혹시 넷플릭스 시리즈 뤼팽 봤어요?


B: 아니 못 봤어.


J: 나는 그 시리즈를 보고 뤼팽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거 재미있어요.


B: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 못 봤네. 이번 기회에 진짜 한 번 봐야겠다. 흑인 배우가 뤼팽을 연기해서 더 주목받았던 작품이잖아. 평도 좋았던 것 같은데.


J: 오히려 드라마가 책 보다 나은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시리즈의 많은 에피소드가 이 책의 사건들을 차용했다고 하더라고요.


B: 진짜 봐야겠다. 요즘 굿닥터 시즌 4까지 보고 다음으로 볼 만한 것을 찾고 있었거든.


J: 나도 한 번 다시 보려고요. 이 책을 봤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B: 그러게. 독서모임을 빨리 못하고, 질질 끌긴 했지만..! 책 자체는 재미있었어.


J: 이 책에 대해서 왜 이렇게 할 말이 없는 것 같죠?


B: 이게 약간 쉽게 비난하기도 그렇고... 극찬을 하기도 그렇고... 애매한 지점이 있어서 아닐까?^^;


J: 그럼 마지막으로 나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언니 혹시 이거 전집을 더 읽어볼 의향이 있어요?


B: 응 나의 의지력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뤼팽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0권까지 다 읽어 보고 싶을 것 같아. 그럼,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간직했던 환상을 유지하게 될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큰 애정으로 그를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J: 그래요? 난 이제 더 안 볼 건데...ㅎㅎㅎ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2.8점 + 구성력 2.2점 + 오락성 2.7점 + 보너스 0점 = 총 7.7점

J: 문장력 2.2점 + 구성력 2.3점 + 오락성 2.5점 + 보너스 0점  = 총 7.0점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B: 셜록 홈스 시리즈 : 이왕 이렇게 된 거, 셜록도 한 번 제대로 읽어보면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J: 넷플릭스 '뤼팽' : 어쩌면 책 보다 나을지도...?

* 이 글은 B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bona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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