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냈던 21년부터 지금까지 글쓰기를 지속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 수도승이 인내를 시험하는 심판대 앞에 선 것처럼 나는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 덕에 기대했던 반응을 얻지 못하거나 실망스러운 결과에 힘이 쭉 빠질 때도 ‘내가 쉽게 결과를 얻으려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건네며 불안에 급제동을 건다.
감정적인 격동을 겪을 땐 ‘노력 없이 얻은 것은 가치를 깨닫지 못하여 잃기 쉽고, 최선을 다하여 얻은 성취는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되뇌었다. 조급함과 불안이 앞지를 때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단단한 메시지가 있으면 도중에 포기하거나 도망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타인을 통한 위로는 일시적이지만 스스로에게 건네는 성원은 벼린 검과 같이 날카롭고 정확하여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이따금 침잠하여 음울한 심회에 잠길 땐 궁싯거리듯 마음을 따라붙은 어둔 그림자를 내 힘으로 거두고 감정과 생각을 한 곳에 모은다. 지금 열중해야 할 과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불안으로 깊어진 감정의 안개가 걷히도록 만드는 제일 빠른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