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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공원 Aug 09. 2022

생각이 연애의 전부?

소설 - 믿음에 대하여 

‘성격이 곧 운명이다.’ 언젠가 한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껏 대부분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기행들을 참고 버터다 시한폭탄처럼 터져 관계를 망쳐 버리는건 언제나 내몫이었다. <보름 이후의 사랑>



소설을 읽는내,지난 두편의 사랑이 두둥실떠다녔다.성격이 곧 사랑의 세계관이며, 세계관을 벗어나면 사랑의 직조도 끝난다는 쓰라림을 되새김했다.



‘그대로만있어. 무너지지만 마.’



1번 사랑이 자주했던 말이다. 나는 줄곧 휘청이는 구간에 있었고,어쩌면 2030을 통틀어 나를 대변하는 단어가 '휘청' 이라고봐도 무방한 휘청이는 인간이 바로 나? 첫 습작 소설 이<휘청거리는 결정사>라는 인간이라나?휘청이던 나는 어느순간 정말 처.참.히 무너졌다. 1번은 줄행랑쳤다.ㅎ



‘네가 떠나 버릴 것 같아.’



2번 사랑이 자주 언급한 그의 세계관이다.


‘떠나 버릴 것 같아’로 시작한 사랑은 괴기할 정도로 묵묵히 곁을 지켰다. 나는 줄곧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고,


그는 휘청휘청 펄럭펄럭 나부끼며 소시오패스처럼 감정에 미동없는 로봇처럼 미래를 확신하는 명 연기를 펼쳤다. 그의 남우주연급 연기덕에 조금 자리잡을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무대의 시작이 떠나 버릴까봐로 시작해 줄곧 떠나갈 것같다로 이어졌기에 당장의 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짓말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의 생각대로 내가 떠나버렸다.


[믿음에 대하여]는 네편의 연작소설이다. 세편의 사랑을지나 제목이 된 <믿음에 대하여> 에 도착하면 격한 감정에 도착한다.



철우는 믿었던 직업의 부서짐, 믿음이라 생각한 사랑의 단절로 삶의 잔인함과 외로움에 놓인다. 불같았던 Y와의 연애, 생의 업이라 믿었던 사진 스튜디오의 폐업.작금을 거쳐 요즘애들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된다.아무도 믿지않고 현재만 살기로 한다. 이런 전제로 연약하게 시작된 한영과의 관계엔 역으로 믿음이 쌓인다. 

스튜디오 폐업후 시작한 보광동 이자카야도 코로나로 문을 닫게된다. ' 그래도- 한영과철우는 현실을 이겨낼 것 같아!' 믿음이 전해질때 쯤 엔딩에 닿는다.눈이 펑펑 내리던날 폐업장면이 짙게 남았다.


눈도 뜰수없을만큼 많은 눈이내리고 있었다. 조금 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게 나였다.

남준은 애인이 지겨운 연애를 그만두려는 시점에 아파트를 매수하며 다른 차원의 안정을 얻는다. 애인과 그는 절절한 찰나만 되풀이하던 삶에서 벗어나 네모권 삶을 시작한다.


남준과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모두 맞춰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성적 욕망이나 사랑이라고 단순화되곤 하는 감정을 추월한, 안정감 같은 것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박상영의 이전작품 <대도시의 사랑법>은 여름같은 사랑의 순간들로 내맘에 얼룩덜룩한 궤적을 남겼다.이 책에서 작가는 재희라는 인물로 슬쩍 안정의 시작을 내비춘다. 재희는 숱한 불나방 연애끝에 멀쩡한 대열의 결혼식을 강행한다.재희의 남자ㅡ사람ㅡ 친구인(?) ㅎ 나는 결혼식이란 미친짓을 하겠다는 재희를 이해할 수 없다. 재희의 결혼은 나의 청춘이 댕강 잘려나가는 격한 통증을 남긴다.


<믿음에 대하여>속 인물들은 안정적 미래를 위해 조금씩 현재를 저당하며 살아간다. 청약당첨, 전세대출, 퇴직연금, 정규직등. 누군가는 도착하고 누구는 실패를 지속하며 걷는중이다. 이들이 현재를 저당하기 시작하는 지점은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며 조금씩 내려놓는 순간들이다.

소설을덮고 작가님 소설에 다시는 여름같은 사랑이 등장하지 않을까봐 울어버렸다.(...ㅋㅋ) 그의 소설이 안정권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서글펐다.


“상대한테 투신하는용기.연애가 벌거니? 그냥 눈 꽉 감고 한 몸 던져 버리는거야. 발가락하나 걸치지 못하는데 누구랑 연애를 하냐.” 


1- 무너지지않는 침대에서 평온.

2- 로봇은 현실과 믿음을 쌓는중.

나- 휘청이지않는 기준을 찾음.


사랑의 다양함을 존중한다. 


투신할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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