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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Jan 28. 2023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하라고요?

영어를 못합니다.

한국어 능통자

한국어 잘합니다. 영어는 잘 못합니다.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은 더 못합니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 영어 프레젠테이션의 기회는 말 그대로 기회일 때가 많습니다. 잘해야 하죠. 출장을 준비하며, 그 무엇보다 나의 에너지를 소진시킨 건 프레젠테이션 준비였습니다.


나름대로 영어 선생님의 코치를 받아 준비하면서 얻어진 작은 지침이 생겼습니다. 영어를 이미 잘하시는 분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될 겁니다. 그러나 저와 비슷한 분이라면 그래도 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한국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잘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 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연스러움이 전문가스러움이다.

같은 내용이라면, 혹은 좀 부족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발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스크립트를 외우지 마라

스크립트를 완벽히 써놓긴 해야 합니다. 하지만 100프로 암기하진 않는 게 더 좋습니다. 왜냐면 그 틀에 얽매이게 되고 그게 티가 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영어권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프레젠테이션은 자연스러움입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전문가스러운 자연스러움이죠. 그 유명한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느낌!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자리 잡고 있지만 대본을 읽는 것 같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래서 주로 키워드 위주로만 외워두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2. 손으로 얘기해라.

앞서 말씀드린 자연스러움을 위한 추가 항목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손이 부자연스럽습니다. 너무 경직되어 보이니 차라리 주머니에 손을 넣으라는 글도 봤습니다. 그러나 영어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제스처가 좀 필요합니다.

중요한 요점을 말할 때, 주목시키기 위한 손가락 동작 정도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향상’ 되거나 ‘저감’ 되었음을 말할 때 손동작을 같이 해주면 좋습니다.

손동작과 함께 약간의 자리 이동도 필요합니다. 스크린 한편에 서서 그 자리에 고정된 채로 발표하는 것은 ‘비전문가’스럽게 느껴집니다.

화상미팅 시에는 이런 부분이 어려운데, 그러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3. 눈을 마주쳐라

이것도 자연스러워 보이기 종합 세트입니다. 일본인 동료 중에 한 명은 프레젠테이션할 때 거의 스크린만 보고 진행을 했었습니다. 그 순간 프리젠터는 없어지고 스크린만 남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발표의 이유가 정보 전달만은 아닙니다. 본인을 인상 깊게 드러내고 싶다면 나를 보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청중을 보면 청중도 나를 봅니다.

이것은 청중이 잘 이해했는지 체크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영어가 유창하면 문제가 안될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우엔 열심히 말했는데, 발음이나 억양 등의 문제로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설명하거나 해야 하는데 청중의 눈빛 피드백을 체크 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4. 길게 하지 마라

핵심입니다. 주어진 시간을 당연히 지켜야 하고, 사실은 조금 짧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질문 타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질문을 받아라

저는 학창 시절 교수님이 ‘질문 있는 사람?’이라는 멘트가. ‘수업 끝났으니 나가라’라고 들린 세대라 웬만하면 질문을 잘 안 합니다. 그러나 영어권 동료들은 질문쟁이들이죠. 일반적으로 질문을 받는 것이 가장 걱정되는 일입니다.

예상 질문이라면, 준비한 답변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상황은 다음 두 가지가 아닐까요? 아는 내용인데 영어로 대답하기 어려울 때, 모르는 내용이라 더 대답이 어려울 때입니다.

너무 걱정 말고 쿨하게 질문을 받는 겁니다. 그리고 질문을 듣고 위의 두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렇게 답하는 겁니다.

‘너무 훌륭한 질문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이메일로 줄 수 있나요?’

그러면 영어 듣기 평가가 읽기 평가로 전환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쿨하게 질문도 잘 받아넘긴 프리젠터가 됩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들을 때입니다. 이런 상황은 비영어권 동료가 영어로 질문할 때 자주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청중들도 못 알아 들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그냥 이때도 듣기 평가를 읽기 평가로 전환시킵니다. 이 방법은 만능 치트키 수준이죠.


추가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어디에나 질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있고, 그분들은 이메일로 절대 질문이 안 옵니다. 그러나 정말 궁금했던 청중은 반드시 이메일이 옵니다. 이메일을 시작으로 좋은 소통의 기회도 옵니다. 즉 현장에서 어떤 질문이든 즉답할 실력이 아니라면 치트키가 도움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상은 영어 잘하는 법이 아닌, 영어 못하지만 ‘영어 프레젠테이션해내기’ 스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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