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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Aug 04. 2022

여행 아니고요. 출장이에요

비즈니스 트립에 대하여

해외출장 자주 가나요?

자주 듣는 질문이다. 자주는 안 가지만 가기는 간다. 당연히 맡은 역할에 따라서 다르다. 그래도 한국 회사에만 있었다면 없을 기회가 있는 건 사실이다. 처음 회사에 발을 디뎌 놓고부터 5번 즘 본사나 지사 방문을 하게 되었다. 4번은 영국, 한 번은 일본이었다. 매년 2번 정도의 출장이 기본적으로 예정이 되어 있었으나, 코로나 펜데믹 덕분에 한 2년은 출장을 가지 못했다. 출장 간다고 하면 이어지는 질문이 ‘왜 가요?’ 일 것이다. 엔지니어라는 직군으로서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출장을 정리해보았다.


교류가 있다.

당연하겠지만 교류를 위한 목적이 크다. 팬데믹 이후 더 발전된 원격근무 환경이 매우 익숙해진 2년이었다. 사실은 해외에 있는 팀들과의 협업은 이미 팬데믹 이전에도 원격근무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고 오프라인의 만남만이 채워주는 어떤 부족함이 있다. 그들의 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한국에서 일하는 경험으로 그들을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미묘한 것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다른 그들의 일하는 방식, 분위기 같은 게 있게 마련이고, 오프라인의 만남은 그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도울 작은 경험들을 제공해준다. 회의 분위기가 어떤지 보게 되고, 의사소통에 대한 태도를 경험하고,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 사람의 얼굴을 한번 보는 것도 포함된다. 만남은 그들을 나에게 알려 주고, 반대로 나를 그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이메일이나 온라인 회의로만 교류하기엔 부족함도 있고, 이렇게 만나서 조금이나마 친분도 쌓고 나면 ‘아 그 친구!’ 하면서 소통의 부드러움을 만들어 준다. 한 가지 확실히 느낀 것은 영어를 잘못하지만, 누가 친절한지 누가 까칠한지는 파악이 된다. 의외로 이것은 협업의 기초 데이터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눠지는 스몰토크들이 업무적 협의보다 향후의 협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말 그대로 페이스 투 페이스의 위력은 분명히 존재함을 느낀다. 어차피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구경도 한다.

영국의 북부지방은 백야가 있다 보니 때를 잘 맞춰가면(겨울에는 반대 상황이므로 절대 오지 말라고 한다.) 돌아다닐 시간을 많이 확보하게 된다. 비교적 업무도 일찍 끝나는 편이고, 해까지 길다 보니 숙소로 바로 들어가 쉬기엔 아깝기도 하다. 업무상 출장이니 정해진 곳들을 자주 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주로 머무는 곳의 근처 관광지 등은 거의 다 가보게 된다. 점점 더 관광지가 아닌 그들의 일상 속에 들어가고 싶어 지고, 조금은 그런 구경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 갔을 때는 그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시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음을 감지했다. 아마도 증개축에 대한 완화가 있었을 것 같다. 펜데믹으로 집안에 오래 있다 보니 그런 필요들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그중에 나는 조용히 언덕에 올라가 혼자 커피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과 올라온 동네 아빠도 있고, 풍경에 취해 들떠 있는 관광객들도 있고, 사진 찍으려고 분주한 젊은 친구들도 있다. 이번에 올라갔을 때는 때마침 비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또한 즐거운 기억이 되어 주었다.

다음엔 좀 더 높은 언덕에 도전해 봐야겠다.

칼튼 힐에서 본 에든버러

결국

사람은 만나서 이야기해봐야 한다. 팀워크와 협업이 100프로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한 면을 갖게 된다. 그래서 상황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도 정기적인 만남에 투자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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