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치 Feb 24. 2024

출근하자마자 식당으로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중소기업이다. 05

회사에서 밥을 준다.

자취생활을 오래 했다. 처음에는 라면밖에 못 끓였지만, 갈수록 먹고 싶은 것들을 해 먹는 수준이 되어 갔다. 하지만 지금처럼 소분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고, 다양한 레시피를 구현하기엔 모든 면에서 버거웠다. 자연스럽게 매식을 자주 하게 되는 편이었다. 30대 미혼남은 미네랄과 비타민 불균형이 올 수 있다. 먹는 게 불균형스러우니 당연하다. 한 번은 칼슘 부족으로 이석증이 오기도 했다.

회사에 구내식당이 있었다. 구내식당에서는 심지어 아침, 점심, 저녁을 줬다. 하루 세끼를 다 주다니. 아침의 경우 메뉴가 다양하진 않았지만, 따뜻한 국물과 균형 있는 식단이었고 일찍 출근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사무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바로 식당으로 갔다. 식판을 들고 음식을 담는다. 피곤한 날에도 든든한 시작을 했다.


지금은 오히려 아침을 거의 안 먹는다. 소화도 잘 안되고, 또 에너지 소모가 많은 삶도 아니기에 소식을 하려 소 노력하고 있다. 가끔은 생각이 난다. 아침에 먹던 국과 반찬들, 하얀 다인용 테이블과 플라스틱 식판. 나의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을 힘을 공급해 준 구내식당이었다.


밥퇴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자마자 퇴근하는 것을 ‘밥퇴’라고 불렀다. 조금은 잔업한 느낌이 나는 밥퇴를 내가 한 직급 올라간 뒤로는 종종 했다. 일이 좀 많아지기도 했고, 어차피 퇴근 시간 정체에 경부고속도로에서 시간 보내느니 이편이 나았다.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밥을 참 많이 먹은 것 같다.

요즘에도 고객사인 대기업에 방문해서 가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회사는 정말 화려하고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나의 중요한 복지로 여긴다고 한다. 특히 2-30대 직장인에게는 어필이 될 것 같다. 먹는 것은 어찌 됐든 중요하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니까.
이전 04화 갑자기 회장님 방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