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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Mar 02. 2024

퇴근하고 카페로

아메리카노의 맛을 느낀 날

20대에는 피곤하면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가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믹스커피를 주로 마셨다. 매월 믹스커피를 적절히 유지되도록 구매해 놓는 역할을 맡은 적도 있다.

아직 아메리카노의 시대는 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원두커피전문점이라는 것들이 생겨나고 그 유명한 스타벅스도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카페가 순식간에 증식했다.

여전히 믹스커피를 마셨다. 도저히 커피 따위에 저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주위에서 하나둘씩 믹스커피가 아닌 까맣고 쓰기만 한 원두커피를 먹기 시작했다.

‘글치씨 이제 믹스커피 말고 이런 거 먹아봐. 향기를 즐기는 거야. 커피는’

‘네, 뭐 믹스커피도 향기 좋아요. 전 그냥 잠 깨려고 먹는 거라서요 ‘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는 아메리카노 신봉자들의 간증에 나는 점점 호기심이 생기고 있었다.


어느 날 퇴근길이었다. 버스를 내리는 순간 전에 없던 감정이 들었다. 뒷목도 좀 아팠다.

‘스트레스라는 게 이런 건가?’

버스에서 내려 다음 버스를 또 타야 집에 도착한다. 현재 위치는 을지로 어딘가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가슴속은 답답했고, 허탈함+피곤힘+압박감 같은 무언가가 느껴쟜다. 그냥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서 주위를 들러보니 카페가 하니 보인다.

 ‘도토리? 도토루?‘

카페로 들어가니 약간 어두운 듯한 분위기에 편안해 보이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드디어 그걸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주세요’

‘따뜻한 거요? 차가운 거요?’

‘아! 네. 따.. 따뜻한 거요.’


커피를 힌 모금하고 의자에 기대었다. 몸에 힘이 빠졌다. 두 모금하고는 더 편한 자세로 기대었다.

‘아~~’

자연스럽게 사우나에서 나올만한 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이곳에 자주 올 거 같다. 카페라는 곳.
돈도 버는데, 이 정도의 사치는 나를 위해 필요하다.


그렇게 퇴근 후 카페에 가는 습관이 생겼다. 스트레스가 풀렸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면서 출근과 퇴근을 무사히 한 나를 격려했다.


지금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이젠 허락을 좀 받는 편이지만

‘여보 오늘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갈게 ‘

소소하지만 아직도 효과 있는 퇴근 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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