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이 맞을 정이 없다

연마가 사라진 시대

by 글치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 속담은 오래도록 사회생활의 이치를 설명하는 말로 쓰여왔습니다. 눈에 띄게 튀거나, 다른 이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결국 주변에서 다듬어진다는 뜻이지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정을 맞지 않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나의 모남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정을 내리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심지어는 싫어하기도 했습니다. 교수님, 부장님, 팀장님...


그런데 정을 내리치는 사람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난 돌이 있다고 해서 굳이 정으로 내려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돌을 치는 순간 파편이 내게 튈 수도 있고, 정을 내려치는 행위 자체가 큰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 기어이 그 일을 한다면, 그만큼의 마음과 노력이 동반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나를 향해 그 정을 휘둘러준 사람이 있었다면, 그것은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요. 그것은 정(丁)이 아닌 정(情) 일 지도 모릅니다.


정에 맞을 때는 잘 모른다

대학 시절, 저는 발표할 때마다 교수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게 맞아? 확실해?”


머리가 하얘지고, 순간 내 생각이 흔들렸습니다. 속으로는 화가 났습니다.

“왜 자꾸 나만 집요하게 건드리는 거야? 갑질이잖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질문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놓친 부분, 제대로 다듬지 않은 부분을 짚어주는 과정이었습니다.

“그건 네 생각이고!”


교수님 말씀에 순간 주춤했지만, 곧 다시 내 책상으로 돌아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고민했습니다. 눈물도 흘리고, 화도 났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깨달았습니다. 교수님을 설득하려면, 그럴듯하게 보이는 말보다 논리와 근거,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달라지기까지 2~3년이 걸렸습니다. 매 발표마다 깨지고, 다시 준비하고, 다시 도전했습니다. 어느 날, 확신을 담아 대답했습니다.

“네, 이게 맞습니다.”


교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연구가 잘 되어가니 더 발전시켜 보라고만 하셨죠. 그 순간, 아프게 깎였지만 마음이 단단해지고 실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느꼈습니다.


“Smooth seas do not make skillful sailors.”



돌은 웬만하면 모가 나 있다

매끈한 돌은 강가나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마모되어 모가 사라진 돌들입니다. 이미 하나의 조각품처럼 아름답지만, 대부분의 돌은 여전히 모가 나 있습니다. 공학적으로는 ‘모남정도(angularity)’라는 용어로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모'는 성격적인 고집일 수도 있고, 업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깎여 나가는 순간은 아프지만, 장기적으로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라진 연마의 시대

요즘 사회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군가의 모난 부분을 보고도 정을 들이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돌이 튈 수도 있고, 에너지가 꽤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어느 순간부터 정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공구함 속 깊숙이 넣어둔 채, 굳이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연마되지 않은 돌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연마되지 못한 돌끼리 부딪치며, 우리는 더 자주 상처를 입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제대로 정을 들지 않았던 한 직원은 여전히 여기저기 부딪치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그를 잘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은 충분히 연마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습니다. 보고서에 오타가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가 책임자의 자리까지 갈 수 없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물론 그 자리까지 가지 않아도 그가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장 없는 상태로 살게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모난 돌이 맞을 정이 없다”는 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정을 맞지 않는 돌은 여전히 모가 난 채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자유의 상징일 수도, 미완의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가 더 이상 같은 방식의 정을 들이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라진 연마의 시대 이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다듬고 성장시켜야 할까요. 고민이 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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