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은 나뿐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게도 가재 편일까요.
우리는 자주 편을 나눕니다.
비슷한 생각과 이해관계가 사람을 묶습니다.
그 안에 서 있으면 안심이 됩니다.
그래서 믿습니다.
나는 저 사람의 편이고,
저 사람도 내 편일 것이라고.
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그 전제가 쉽게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이 가재인지, 게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겉모습과 말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를 유난히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듯했던 한 부장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미 여러 문제로 관계가 틀어진 사람이었고,
조직 안에서도 갈등이 깊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무리한 업무 지시가 이어졌고,
집요한 확인과 과도한 개입이 반복되었습니다.
사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중간에 선 저는
한 사람씩 붙잡고 버텨달라고 말해야 했습니다.
결국 그분은 조직을 떠났고,
우리는 다시 안정을 찾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의 그 친절함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습니다.
같은 편이라고 믿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에 가까웠습니다.
우리는 종종
보고 싶은 모습으로 상대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같은 편’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래서 편은 쉽게 만들어지지만
쉽게 무너집니다.
우리는 편을 가르는 일에는 익숙합니다.
그러나 그 편에 기대지는 않으려 합니다.
겉으로 같은 방향을 보는 것과
실제로 같은 방향에 서 있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거리를 둡니다.
초연하려 합니다.
말보다 행동을 먼저 확인합니다.
빠르게 편을 정하지 않습니다.
기대를 줄이고 기준을 세웁니다.
나는 지금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보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람이
정말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를
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