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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Sep 29. 2019

그들은 행복하냐고 물어왔다.

외국계 기업 취업기

나는 평범한 엔지니어이다.

한국의 평범한 엔지니어가 가는 인생의 루트는 꽤나 보편적이다. 인터넷에서는 한때 그 종착점이 치킨집이라고 하는 글들이 유행하기도 했다. 나이가 마흔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치킨집 수렴의 공식

공학계열의 미래는 과로사와 치킨집이라는 사실을 보며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의 무게를 느꼈다. 그리고 실제로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일도 생기고, 눈의 핏줄이 몇 주 간격으로 터지며, 마음은 모든 게 짜증 나는 상태로 변했으며, 운동을 해야 하지만 할 시간과 의지가 시의 박약에 이르러 있었다. 그래도, 과로사는 안 되겠고. 퇴사해서 뭐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프로세스였고, 치킨집은 경쟁이 치열하니 아이템을 찾아보자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마음이 분주해졌다. 때마침 유행한 퇴사 관련 책과 인터넷의 짤들은 나의 원동력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해외 공급사 중의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아시아 총괄 디렉터가 자꾸만 전화통화를 하자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개인적으로 물어볼 게 있다고 하는 것을 몇 번 거절 아닌 거절로 지나치다가 드디어 통화를 하게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받게된 첫 번째 그의 질문은...

Do you feel happy in your work?


그는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것도 일을 하면서 행복하냐는 것.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행복하려고 일을 했었던가? happy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뜻 이 아니려나? 그리고 이어서 순식간이었지만 나의 만족감? 행복감을 리뷰해보았다. 아니었다. 안 느껴진다. 나의 짧은 대답은 No였다. 디렉터의 대답은 우리는 당신이 행복하게 일하길 바란다. 였다. 교과서에서 본 것 같은 대사였다. 다음 질문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What are your plans after three years?


아! 멘붕, 3년 뒤? 뭐하긴 뭐해 그냥 회사 다니지 않을까?

아니다. 그냥 계속 이 회사를 이렇게 다녀야 할까? 무장 해제된 나는 마음의 소리를 내고 말았다.

I want to do my own business.


대답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이거 왠지 리쿠르팅을 위한 사전 인터뷰 느낌인데 난 내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해버렸으니...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또 예상과 달랐다. 매우 좋은 계획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제안은 너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제안을 수락하고 난 뒤로 지금까지도 회사는 나에게 경영에 대한 training 기회를 준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한국의 회사에서 ‘저는 경영 잘 배우고 나가서 제 사업을 할 겁니다’라고 하면 환영받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처음 느낀 open mind였다. 나를 투명하게 말할 수 있는 마음의 가벼움을 즐길 수 있었다.

외국계 기업이란 게 모든 것이 좋을 수 없고, 장단점이 있다. 앞으로 그것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첫 시작의 순간에서는 좋은 느낌의 충격들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아 이렇게 생각이 다르구나 를 많이 느낀 시간이었다. 물론 아 결국 다 똑같구나를 느끼게 된 이야기들도 풀어 나갈 것이다.

모두에게 해당할만한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보다는 나의 개인적 경험에 따른 매우 한정적인 이야기 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실제적인 이야기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그리고 경영을 1도 모르는 엔지니어가 경영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접하는 숫자들에 정신이 없어지기도 하고, 고객과의 관계, 직원과의 관계, 협력사와의 관계, 본사와의 관계, 수많은 관계에 눌려야 하는 이야기들, 갑질과 을질의 조화 속에서 법과 경제를 논하며, 회사의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환경도 언급하고 싶다.

어찌 됐든, 즐거운 일은 지금 우리 회사의 분위기는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력이 되는지 느끼고 있다. 자발적인 헌신과 팀웍의 파워랄까? 한국에도 외국에도 없는 우리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세월이 가면 단점만 남을지 몰라도, 현재는 장점만 취해서 경영해 가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있다. 무엇이 필요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 회사와 내가 같이 성장해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즐겁게 일하기, 행복한 직장이란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일과 돈이 아닌 일과 행복을 연관 지어 보기 시작했다. 나의 멘토는 늘 조언하시길 ‘행복을 훈련하라’고 하셨다. 워라밸 측면에서 볼 때 일과 삶 둘다 행복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나에게 좋은 training의 기회가 온 것임에 분명하다.


이것은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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