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y Oct 20. 2020

에밀리의 일본어 식탁

가을의 밥상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은 지 어느새 이른 봄 , 여름 , 그리고 가을을 거쳐가고 있다.

정확히 따져보면 우리가 모르던 2019년 11월 즈음부터 발생한 듯하니... 곧 1년이 되어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흩어졌다 모이는 가족들의 주말 밥상과

이제는 무급휴가로 이어진 장남의 두 달 교대근무의 새벽 간단 도시락,

일터에서의 돌잡이 영아식과 임산부 가족의 밥상 메뉴,

그리고 연로하신 시부모님의 밥상...

이거들 뿐이다.


대규모의 이동이 어쨌든 있었던 중추절을 지나고,

모두가 지쳐버린 지금

그래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식탁 , 밥상이 아닐는지.


울 돌아가신 친정엄마는 막내며느리셨다.

물론 음식도 뜨개질도 난 엄마를 못 쫓아간다.

전공도 음악이던 나는 수없는 시간을 랫슨과 과외 등으로 일을 해 왔었지만 , 어느 날인가부터 부엌에서의 시간은 내게 날 릴랙스 하며 차분하게 만드는 수양의 시간이 되었다.


아마도 개성분이신 시조모와 시어머니 , 충청도의 울 엄마 , 그리고 신혼 초부터 의 타지 생활에서 ( 그것도 맛깔난 전라도 지방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의 습득이었는지도..

그래서 오늘도 밥상을 차린다

모두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기도하며 말이다

친정엄마표 찹쌀 주머니에 울금도 가득 넣은 삼계탕

명절 뒤의 비빔밥과 깔끔한 새우젓 콩나물국

양배추 파프리카물김치

나를 위한 브라타 치즈와 썬드라이 토마토소스로

맛있는 내장 가득넣은 전복죽도( 엄마가 생각나서..울컥 )

막내의 최애. 라유로 만드는 멸치볶음

신혼시절 과양서 배운 고구마순 김치도 버무리고

싱싱한 고기로 육회도 만들고
육ㅎ히비빔밥도 물론 , 표고버섯고추장볶음도

버섯 두부 가득 전골도

데미 소스의  오므라이스와 도라지나물

뼈 푹 고아 야채가득 된장찌개

영아식 밑간 없이 야채로 맛 낸 도라지 배 닭고기 조림

동그랑땡 역시 간 없는 영아식과 임산부와 성인식 두 가지로

친정엄마표 찹쌀풀 총각김치는 이 계절 필수 김치이고

영양부추로 곁들여서

고등어구이와

제 철 삶은 밤은 껍질 까서 잡곡밥 위로 터억!

서산과 당진의 외가가 생각나는 뱅어포.. 특히나 고추장 무침은 옆지기의 최애 반찬..

개성식 오이삐 뚜리는 막내와 나의..

좀 다치신 시어머님을 위해 새우살을 다져서 영양부추전으로

이렇게 부엌놀이를 하다 보니 구월도 시월도 저만치 흘러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밀리의 일본어 식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