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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Sep 23. 2015

나의 추억 센다이

크리스차펠(3)

일본에서는 매 년 12월 23일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에서도 그 날을 기념하느라 찬양연습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주일학교의 연극준비도 진행되곤 한다.

한국 유학생들이 몇 명이 있던 크리스차펠에서도 한국인들끼리도 무엇인가를 준비하곤 했었던 듯 하지만 , 내가 시작한 일은 한국의 전통 춤을 교회의 연로하신 분들부터 젊은이들 그리고 아이들에게까지 선보이고 싶어 져서 유학생들과 같이 간단한 안무로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었다.

어느 해는 5명이서 , 어느 해는 나홀로 독무를 추기도 했던 나의 30대 시절.

아마 겁이 없었던 탓인지도?

아니면 어려서부터 당차게 해내던 기억 때문인지도?

센다이에 이사 갈 무렵, 유학생이던 남편의 편지 하나가 아직도 기억난다.

주의할 점들과 이사올 때 가져오지 말 것들, 꼭 가져올 것들을 적어 보냈던 편지.

거기에 적혀있기로는 검정, 남색 등 단정한 색의 옷만 챙겨오기,

정장은 필요 없다,

학교 이야기는 하지 말 것 등등..(평소에 절대 학교 이야기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튼지 난 남편의 주의사항 중에서 몇 가지는 내가 결정하고 짐을 보냈고, 그랬던 것에 오히려 잘 했다고 지금도 평가 중이다.


한복을 챙겨 갔었다.

왠지 아이들이 그 곳에서 학교를 다닐 거라는 막연한 추측에, 내 나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의상이라서,,

그랫던 한복 덕에 크리스마스 때는 항상 교회의 노인분들이  즐거워하셨던 기억..

또한 일본의 초등학교는 입학식 날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님들이 같이 단체 사진을 찍는다(알고 간 것도 아니지만..)

아무 튼지 학교로 향하는 길이 입학식 날은 그렇게 부스스하던 엄마들도 단정히 기모노로 확실하게 치장으로 하고 가는 모습들을 보곤 나 역시 한복을 입고 입학식엘  참석했던 기억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한껏 한국의 음악을 틀어놓고 한국의 멋들어진 선을 연출해보곤 했었다.

즐거워하시던 , 웃음 지시던 노인분들도, 모든 교회분들의 입가에 번지던 미소를 떠올리면 참 잘했었다는 생각이 지금도 들곤 한다.


두 세 번은 단체로, 두어 번은 나홀로 부채까지 들고 춤을 추었던 기억하나

크리스차펠은 나에게 또 하나의 고향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 번은 버선이 슬슬 벗겨지는 것이었다. 잠시 당황 스러웠지만 나는 무대  한쪽 끝으로 가서  휘익하고 버선을 던져 버렸다

넘어질 수는 없었고 흐르는 음악을 끊어 버리는 일은 용 납지 않았던 내 30대의 겁 없던 시절..

그 무대 끝에 있던 사쿠마상의 웃음을 또한 잊을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공동의 장소에서 흐르던 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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