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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리남 May 04. 2021

20만번의 눈깜빡임으로 만들어진 책

[잠수종과 나비]


*뇌졸중으로 감금증후군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 [잠수종과 나비] 리뷰입니다. 영상을 통해 내용 확인 부탁드리며, 아래는 영상의 스크립트입니다. 영상 보시게 되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 :)


https://youtu.be/C1tninAQ3hA


어느 날 눈을 뜬 한 남자. 그는 이곳이 곧 병원임을 알아차립니다. 이윽고 의사에게서 설명을 듣습니다. 뇌와 말단 신경을 잇는 뇌간이라는 곳이 고장 났고 보통이면 백발백중 죽게 되지만 소생 기술의 발달로 자신이 살아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보비의 한쪽 눈의 시선을 간접경험하게끔 보여준다.


이 상황이 되면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비가 되지만 의식은 정상적으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마치 환자가 내부에 감금된 상태처럼 되어서 이를 감금증후군(rocked-in syndrome)이라고 부른다는 설명을 듣습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장 도미니크 보비. 세계적인 패션 잡지 엘르의 수석 편집장이며 두 아이들의 아버지입니다. 1995년 12월 28일 금요일 오후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고 20일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 깨어났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왼쪽 눈꺼풀뿐이었습니다.


그는 쓰러지기 전, 한 출판사와 여성의 복수를 그린 책을 쓰기 위해 계약을 맺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쓰러진 이후 출판사에 연락을 합니다. 장 도미니크 보비는 본래 쓰기로 한 책이 아닌 새로운 책을 써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소개할 [잠수종과 나비]입니다.


1. 잠수종과 나비


[잠수종과 나비]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2007년에 공개되었고, 칸 영화제와 골든 글로브상,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상에서도 4개 부분 후보에 올랐습니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의 포스터


보통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그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잠수종과 나비]는 책과 영화가 서로 보완하는 역할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감금증후군에 걸린 보비의 생애를 전체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는 영화가 영상으로 표현하는 제한적인 상황을 뛰어넘어 문장이 주는 상상력이 더해집니다. 그렇기에 저는 책과 영화를 함께 보기를 추천 드립니다.


그렇다면 잠수종과 나비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다음은 책의 내용의 일부입니다.


잠수종이 한결 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나의 정신은 비로소 나비처럼 나들이 길에 나선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시간 속으로, 혹은 공간을 넘나들며 날아다닐 수도 있다. 불의 나라를 방문하기도 하고, 미다스 왕의 황금 궁전을 거닐 수도 있다.
p. 16


장 도미니크 보비는 자신의 상황을 잠수종 안에 갖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수종은 잠수부들이 머리에 쓰는 종 모양의 헬맷입니다. 책의 겉표지에도 이것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잠수종을 쓴 상태에서는 눈 앞의 작은 구멍을 통해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제한된 자신의 시각과 몸을 이처럼 표현한 것이죠.


그리고 영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습니다.


다신 나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겠다. 왼쪽 눈 말고도 멀쩡한 게 두 가지 있잖아. 내 상상력과 내 기억들... 그게 내가 잠수종에서 벗어날 유일한 수단.., 뭐든, 어디든, 누구든 다 상상할 수 있다. 해변에서 바닷 바람에 나를 맡기고 사랑하는 여인을 마음껏 안을 수 있다. 왕 중의 왕 오지만디어스에게 절을 할 수도 있다.


그가 자유롭게 상상하고 옛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을 나비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으로 비유합니다. 즉 그는 자신의 상황에 비관하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기억들에 빠져들었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책을 써낸 것입니다.



2. 특별한 의사소통


그렇다면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는 장 도미니크 보비는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었을까요?



보비의 언어치료사는 다음과 같은 알파벳 표로 그와 소통했습니다. 자주 쓰는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하고 이것을 치료사가 천천히 읽어나가면 보비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알파벳의 순서가 될 때 눈을 깜빡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단어를 조합하고 문장을 만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문장을 질문자가 “말하려는 문장이 맞느냐고 물어보면” 또 눈 깜빡임으로 대답을 합니다. 한번 깜빡이면 긍정, 두 번이면 부정을 뜻하죠.


이러한 의사소통 수단이 개발되고 보비는 출판사에 전화를 한 것이죠. 그리고 출판사에서는 보비에게 클로드 망디빌이라는 성실한 대필자를 보내게 됩니다. 그는 책의 맺음말에서 “클로드 망디빌에게 감사드린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책이 씌어지기까지 그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무려 보비는 20만번의 눈 깜빡임을 통해 책을 완성했고, 대필자인 클로드 망디빌은 끈기 있게 그의 눈을 관찰했던 것이죠.



보비와 대필자 클로드 망디빌


실제로 영화에서 그려낸 보비의 의사소통 방법은 엄청난 인내를 요구합니다. 보비는 원하는 알파벳이 나올 때까지 눈을 깜빡여서는 안 되며 질문자도 보비의 왼쪽 눈에 계속 집중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견뎌내고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 어마어마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죠. 그렇기에 이 책의 탄생 자체가 놀라운 것이고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3. [잠수종과 나비] 남긴 것들


쓰러지기 전 두 아들과 함께하는 보비


책과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간접적으로 그의 삶을 상상하게, 살아보게끔 합니다. 책의 맺음말에서 보비는 두 자녀에게 이런 말을 남깁니다. “테오필과 셀레스트에게 나비가 많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감금증후군의 삶 이후 자유롭지 못한 육체였지만 그는 고치의 껍질을 벗고 자유롭게 나는 나비처럼 기억들과 상상력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떠납니다. 즉 아이들에게 자유로움이라는 것이 반드시 육체로부터,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눈 한쪽만 깜빡일 수 있는,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삶에도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죠.


그의 작은 눈 깜빡임은 한명의 언어치료사, 대필자를 넘어서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또 프랑스의 독자들에게, 나아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비가 된 그의 작은 날개 짓은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겪는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보비는 1995년 12월 감금증후군에 걸렸습니다. 20만 번의 눈깜빡임으로 만들어진 [잠수종과 나비]는 1997년 3월 프랑스의 전 서점에 깔렸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같은 달 3월 9일, 보비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감금증후군이 걸린 15개월 삶을 책으로 그려낸 그는 독자들에게, 나아가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얼마나 자유로운가? 우리의 삶에 거대한 고통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 해답의 실마리를 [잠수종과 나비]를 통해 우리는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로 그려진 [잠수종과 나비]는 촬영 기법을 통해 감금증후군에 걸린 보비의 시선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어떤 평론가는 “2000년대 최고의 영화다”라고 평했다고도 합니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도 함께 보시기를 다시 한 번 추천 드립니다.


올해 들어 계속 고전작품만을 리뷰 해왔는데, 이번에는 이 책을 꼭 소개하고픈 마음에 [잠수종과 나비]를 리뷰 하였습니다. [잠수종과 나비]의 리뷰를 감명 깊게 보셨다면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에게 큰 힘이 되며 주신 힘으로 더 좋은 책을 리뷰하고 영상 만들어오겠습니다. 저는 책을 리뷰하는 남자 책리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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