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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운동복을 계속 입고 있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나가는데, 아내가 필라테스 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벌써 운동 가게?"
"아니, 미리 입고 있으려고, 나중에 갈아입기 귀찮아서."
했지만 왠지 귀찮아하는 것 같진 않았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아내가,
"아... 오늘 아니고 내일이었네."
"뭐가?"
"필라테스, 내일이었어. 괜히 입었네."
했지만 묘하게 웃는 듯 보였다.
집에 와서도 계속 운동복을 입고 있다.
커피 물을 끓이고 빵을 데우면서도
어제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 읽으면서도
칫솔을 입에 문 채 거실을 느리게 오가면서도
운동복을 벗지 않았다.
아내는 '운동하는 사람'이 되었다.
집에서 운동하는 걸 본 적은 없지만
그녀가 운동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나는 안다.
무엇보다 '운동하는 사람'인 자신을 맘에 들어하는 것이
퍽 예쁘고,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