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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21. 2018

로다, 공구박스를 들다. (1/2)

본격 목공수업에 앞서 갖게 된 첫 공구박스

PROMADE 보라색 공구박스



로다에게 생애 첫 공구박스가 생겼다. 처음 이 박스를 들고 왔을 때 참 멋있어 보였다. 박스를 열면 전지전능한 능력이 부여되면서 로다가 무엇이라도 다 만들고 이것저것 다 고쳐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박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희한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공구박스를 열면 더욱 놀라운 신세계가 펼쳐진다. 처음보는 도구들이 많았다. 망치에도 고무 망치와 쇠망치가 나눠있고 톱도 자르는 용과 켜는 용이 있다. 자에도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니. 자는 쇠자와 플라스틱 자, 줄자만 있는게 아니었구나. 기능이 제각기 다른 자들이 6개나 되었다. 조각칼처럼 생긴, 모양이 다 다른 끌도 6개였다. 그 밖에 날을 가는 숫돌, 금을 긋는 그무개, 지그 라는 것들이 있다.  의자 하나 만들 때에도 이 도구를 다 쓴단다.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 것들일까.



고무망치: 가구 조립할 때 짜맞추거나 끼울 때 사용한다.  고무로 되어있어 나무 손상이 적다.


공장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영상을 멍하니 볼 때가 있다. 크기가 다른 바퀴인데 두 톱날이 소름돋게 잘 맞아 돌아가면 묘한 희열감도 느낀다. 로다는 짜맞춤 가구를 제작할 때가 그렇단다. 자르고 파내고 깎아 만든 두 나무토막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 들어맞을 때 왠지 그 날 하루만큼은 무엇이든 잘 풀릴 것 같다.




쇠망치: 대패의 어미날과 덧날을 조정할 때 쓴다. 한 쪽은 평평하고 한 쪽은 볼록하다. / 대패


다른 직업도 그러하겠지만 목수는 특히 도구를 다루는 일까지 포함한다. 재료(나무)는 물론 재료를 다스리는 도구(대패, 망치 등)들도 직접 손보기 때문이다. 바리스타가 원두를 볶는 것은 물론 원두 볶는 도구까지 손볼 줄 알아야 하는 느낌이랄까.

 



숫돌_천방: 물에 담근 후 대팻날이나 끌날을   갈 때 사용한다. 숫자가 클수록 부드럽다  천(1,000)방으로 날을 세우고   육천(6,000)방으로 마무리한다.


쇠로 된 대팻날을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 나무도 매끈해지고 작업할 때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로다가 숫돌 위에 대팻날을 얹어 앞뒤로 움직여가며 날을 가는 모습을 보면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 위험한 작업이다 보니 자세와 행동도 조심스럽다.



숫돌_육천방 : : 숫돌의 숫자들은 숫돌입자의 수를 나타낸다.  80방부터 10,000방까지 있다.


‘만드는 사람이 힘들수록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주인공이 한 말이다. 천방짜리 숫돌로만 대패날을 갈아도 대팻날은 잘 갈린다.  하지만 번거롭더라도 날을 세울 때는 천방, 더 날카롭게 마무리할 땐 육천방으로 사용하면 그만큼 더 좋은 대패가 나온다. 그로 만든 원목가구는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어릴 땐 그랬다. 위험한 행동으로 어깨가 으쓱했다. 높은 난간에서 뛰어내리기, 과학시간에 보호장비 없이 약품 다루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아프지 않은 척, 두렵지 않은 척 했다. 몸을 사리는 것이 창피한 줄 알았고 친구를 놀리기도 했다. 어린 날의 치기는 왜 있는 걸까.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지금은 마스크가 필수다. 보호장비 없이 목공을 하는 것은 미련한 일인 것 같다. 건강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로다는 종종 보호장비를 빼먹는다. 목공 수업이 있던 오늘도 로다는 고글을 챙겨오지 않아 눈에 나무 톱밥, 분진 가루들이 잔뜩 들어갔단다.  다음주는 고글, 마스크, 장갑, 인공눈물,바세린, 대일밴드, 손목보호대 다 챙겨줘야지.



압박반창고와 로다 착용샷


끌을 처음 사용하는 초보자의 경우 장갑을 끼지 않고 연습을 해야한다.  장갑을 끼고 끌질을 하거나 톱질을 할 경우 숙련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장갑에 도구가 끼는 등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압박 반창고를 사용하여 끌에 손이 베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등대기톱_자르기용

:  나무를 가로(나무결과 직각)로 자를 때 사용한다. 자르기와 켜기의 차이점은 나무결에 따라 다르다.

자르는 건 톱을 나무 위쪽에 대고 아래로 힘을 주는 것이고 켜는 건 옆쪽에 시선을 두고 톱 자체를 위아래로 움직이게 한다.


톱의 생김새는 참 투박하고 강인한 도구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매우 예민하고 나약하다. 톱날들이 약해서 낮은 곳에서 떨어뜨려도 쉽게 부러지거나 휘어버린다.



등대기톱_켜기용/ 펜은 크기 비교용으로 놓았습니다


나무를 세로(나무결 방향대로)로 켤 때 사용한다. 자르기 톱으로는 익숙한 자세로 톱질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켜는 법보다 쉽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켜기 방식은 선을 긋고 선을 따라 켤 수 있기 때문에 자세는 어색해도 더욱 쉽게 톱질 할 수 있다.


익숙하다고 쉬운 것도 아니고 쉽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남은 공구들 설명은 다음편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끌과 자에 대한 이야기로 써내려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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